누구에게나 간직하고 싶은 5월이 있을 겁니다. 제게도 5월이면 생각나는 풍경이 있습니다. 2006년에서 2009년까지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을 때, 비는 시간이 나면 스미소니언으로 갔습니다. 13시간의 시차에 ‘세계의 수도’ 라고 하는 워싱턴에서는 사건이 끊이지 않아 비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어쩌다 그런 시간이 나면 저절로 가게 되는 곳이 스미소니언이 었습니다. 사시사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지요. 5월은 스미소니언 뮤지엄을 찾기에 최고의 시간입니다. 자연사박물관, 미국사 박물관, 우주 박물관 등 19개의 뮤지엄에 전시된 물품만도 1억3천8백만 개에 이르는 스미소니언은 건물을 모두 돌아보려면 1주일도 모자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합니다. 갖가지 공룡의 뼈와삼엽충 등 화석만도 4백만 개가 넘고, 아폴로11호 달착륙선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호프 다이아몬드에 마음을 빼앗겼던 곳도 스미소니언에서였습니다. 재클린 케네디가 입었던 환상적인 드레스를 본 다음 건물을 옮겨 우주박물관으로 가면 실물 크기의 우주왕복선 모형에 직접 들어가서 우주를 ‘체험’할수 있습니다.
스미소니언에는 ‘모조품이라고 적시된 것이 아니면 모두 진품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대부분 전시품들이 진품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저를 결정적으로 감동시킨 것은 온갖 종류의 희귀한 물건들이 아니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스미소니언의 입장료가 무료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설 유지에만도 거금이 들어가는 스미소니언 뮤지엄을 ‘무료입장’으로 만든 것은 이 뮤지엄을 생기게 한 제임스 스미슨(1765-1829) 이었습니다. 미국 최대 뮤지엄을 건립케 한 스미슨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인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였던 스미슨은 사망하면서 “지식의 증진과 전파를 위한 기구를 미국 워싱턴에다 세워 달라”며 재산의 대부분을 미국에 기부했습니다. ‘스미소니언 인스티투션’이라는 이름을 붙여달라는 요청도 유언장에 남아있지요. 앤드루 잭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외교관을 영국에 보내 스미슨이 남긴 재산을 가져오도록 했는데, 10만여 골드소버린 (금 주화)을 담은 자루가 105 포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당시 돈으로 50만달러,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천1백만 달러, 121억 원에 이르지요. 스미슨이 왜 자신의 조국 영국이 아니라 미국에 거액의 기부금을 남겼는지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한 적도 없고 미국인을 만난 적도 없었지만 그의 기부금이 자유로운 신세계를 상징하는 미국에서 훨씬 큰 효과를 발하리라고 생각했을 거라는 짐작만 있을 뿐입니다. “지식의 증진과 전파를위해 내 돈을 써 달라”, 멋지지 않습니까? 나라의 미래는 어린이들이고 어린이들이 지식을함양하는데 돈을 받게 되면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 어린이들이 지식을 습득하는데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철학은 스미소니언 뮤지엄의 근간입니다. 이렇게 멋지게 돈을 쓰는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벌면 좋겠습니다. 5월이면 스미소니언 주변의 빛나던 햇볕과 함께 지식의 확산이란 교훈을 남긴 스미슨을 생각합니다. 저희 대전MBC는 5월에 ‘미래특강’의 첫 번째 강연자로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 교수는 청춘 멘토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분입니다.
대전MBC가 지역의 시청자들과 기업인을 위해 준비한 ‘미래특강’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방송인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의 소비자는 시청자인데, 시청자의 트렌드를 모르고는 그들이 보고싶은, 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겠지요. 대전.세종.충남의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견우직녀페스티벌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면서 찬란한 5월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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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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