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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한국국제협력단(KOICA), 베트남을 만나다 -베트남 현지 취재기-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계속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베트남 사람들이 겪은 전쟁의 아픈 상처, 그리고 총부리를 겨누었던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취재를 계속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레 자취를 감추었다.

 

 

 

KOICA, 베트남 속으로...
첫 번째 취재지인 베트남 하남시.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의 ‘다익끄어웅’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과 ‘KOICA’는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예전에는 물을 사서 마셔야했던 아이들에게 ‘KOICA’가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물을 선물한 것이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베트남 북부 지역은 지질학적 특성상 토양에 비소를 비롯한 중금속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하천수는 치수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수를 하지 않으면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노이를 비롯한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최소한 먹는 물은 비용을 지불하고 사먹어야 했던 것이다.

 

 

 

이 학교에 KOICA의 지원으로 빗물정수시설이 완공되면서 아이들은 이제 돈을 내지 않고 생수를 마음껏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저장고에 저장한 후 정수를 하여 먹는 물로 제공하는 시설을 KOICA가 지원한 것이다.


이외에도 마약이나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는 하이퐁 취약아동 지원사업이나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하노이 공업전문대학에 실습실을 만들어주는 등 ‘KOICA’와 ‘한국’은 이미 그들 곁에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 베트남 ‘한국을 배우자’

베트남은 매년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서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한국과의 교역규모는 이미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베트남의 무한한 가능성은 이들의 인구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전체인구 9,200만 명 중 24세 이하 인구가 약 4,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경제발전에 필요한 젊은 노동력이 풍부하다.


이렇듯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베트남은 ‘한국을 배우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KOICA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베트남에 이식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 각지에 설립된 산업기술대학. 하노이 북쪽의 박장성은 한국 기업들이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으며, 이곳에 KOICA는 ‘한·베 산업기술대학’을 설립하여 베트남에 필요한 산업인력 공급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 폴리텍대학을 모델로 설립된 이 학교의 교수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6개월 간 위탁교육을 받았으며, 실습 위주의 한국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숙련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주변의 한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 법원연수원은 한국 법원의 공판 시스템을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며, 베트남 노동부는 한국의 산업안전 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각 사업장에 법적으로 강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을 배우자’라는 구호는 이제 막연한 외침이 아니며, 모습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도 KOICA를 통해서 베트남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쿨’한 베트남인들의 한국사랑
취재 중에 만난 베트남인들은 대부분 베트남 전쟁에 적대국으로 참가한 한국에 대해 ‘쿨’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너희 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참전한 것이 아니냐? 베트남이 그때 한국과 같은 처지라면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라는 것이 그들의 반응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베트남 경제 발전의 모델이 바로 한국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쿨한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사랑에는 KOICA를 통한 한국의 지원이 바탕에 깔려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이상욱 PD | 편성제작국 제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