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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답! 사건으로 돌아보다

 

지난 2008년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지진희, 손예진 주연)’가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주인공 손예진이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해 오면, ‘사건캡’인 지진희가 하나부터 열까지 호되게 가르치며, 올곧은 기자로 훈련시킨다. 필자 역시 손예진 같은 사건 막내기자를 거쳐 12년 차인 올해, 어느덧 두 번째 사건캡을 맡고 있다. 사건·사고만이 아니라, 법원·검찰을 비롯해 다양한 출입처를 맡고 있는 필자가 막내 기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는 ‘현장’ 취재의 기본을 알게 해 준 ‘뼈주사, 이대론 안 된다’이다.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
2004년 겨울,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떠지던 시기가 있었다. 대전 시내 경찰서며 병원, 소방서를 다니며 밤사이 일어난사건·사고를캐고 다니던 경찰출입 막내기자 시절이다. 숙직을 서던 경찰들과 중요 사건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소방서에서 화재나 사고 현장이 촬영된 6mm 테이프를 놓고,타 사 기자들의 눈을 피해 007 작전을 펼친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랬던 햇병아리 기자 시절, 필자의 기억에 가장 각인된 취재는 ‘뼈주사, 이대론 안된다’이다. 신경통을 앓는 노인들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던 일명 ‘뼈주사(스테로이드 성분 주사)’를 습관처럼 맞고, 병원들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이를 돈벌이로 악용하고 있던 관행을 고발한 보도였다. 시중에 나도는 ‘설’로 시작한 기획취재는 뼈주사를 많이 놓는다는 ‘현장’, 즉 병원 주변부터 시작해 현장잠입 취재까지 성공했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연속보도로 이어졌다. 또한 다른 종합병원 의사들과의 수많은 문의 속에 뼈주사를 많이 맞아 ‘쿠싱 증후군(우울증, 근력약화, 골다공증 등)’을 앓고 있던 환자들을 취재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대전MBC 사건팀이 태안에 총 출동했고, 본사에서도 특별취재팀이 꾸려져 내려왔다. 당시 사건팀의 부사수를 맡고 있던 필자도 현장에 투입돼 보름 동안 ‘현장’의 기름 냄새를 맡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녹초가 돼 갔다. 하지만, 곳곳에 방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현장을 고발하며, 자원봉사의 온정을 취재하며, 사건기자로서의 기본을 떠올렸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그리고 기사는 ‘손이 아니라 발로 쓰는 것’이라는 당연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태완이법’ 제정, 미제사건 한 풀릴까?
막내 시절과 바이스를 거치며, 2번째 사건캡을 맡고 있는 요즘,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CCTV와 결정적 제보 등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없어 미궁에 빠져있던 미제 사건들을 재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 2004년 5월 2일 발생한 서천 카센터 방화 살해 사건. 카센터의 8살 쌍둥이와 이웃 주민이 불에 타 숨졌고, 여주인도 공사장에서 피살된 채 발견되는 등 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단서라고는 잿더미로 변한 현장의 허리띠 버클과 불이 나기 전수상한 남자의 승용차가 서 있었다는 진술뿐이었다. 수사는지금까지 제자리만 맴돌고 있고, 해결에 진전은 없다. 또 하나의 큰 미제사건은 필자가 기자가 되기 전인 지난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사건이다. 은행 직원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3억 원을 강탈한 사건은 되돌려 봐도 충격적이기만 하다. 대전과 충남에서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한 살인사건은 10여 건이다. 대부분 과학수사기법이 미진했던 2006년 이전에 발생했다. 이제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미제살인사건들이 해결된다면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영화나 드라마 같은 상황에 놀라곤 하는 요즈음, 대전MBC의 긴박한 사건·사고를 책임지는 ‘사건캡’으로서 느끼는 사명감과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고병권, 이승섭 기자와 팀을 이뤄, 대전과 세종, 충남의 각종 사건·사고와 현장을 책임지게된 것도 1년을 넘기고 있다. 오늘도 대전MBC 사건팀의 시계는 새벽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우리사건팀은 언제든 현장으로 나가 생생한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가장 먼저, 정확하게 알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다.

 

이교선 기자 | 보도국 취재부 사건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