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나 숙박시설에 성수기가 있듯이, 중계차에도 ‘잘 나가는’ 성수기가 있다. 바로 요즘 같은 한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중계차 출동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보령 머드축제 개막식과 폐막식’을 비롯해 ‘고향 마실 페스티벌’과 ‘세종시 개청식 생중계’, ‘태풍 찬홈 특보’ 등 방송 현장에 어김없이 출동해 선명한 고화질(HD) 방송을 송출했다. 앞으로도 8월 ‘세종 복숭아 축제’와 9월 ‘한빛주간 콘서트’, ‘백제 문화제’, 10월에는 ‘온천 대축제’와 ‘대천 수산물 축제’, ‘우정청장배 탁구대회’를 비롯해, 장마와 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의 뉴스특보를 위해 365일 24시간 출동 대기 중인 ‘움직이는 방송국, 중계차’를 소개한다.
“20톤 트럭, 카메라 10대 촬영 가능”
첨단 장비를 포함해 30억 원이 넘는 차량 가격, 무게만 20톤에 달하고, 무진동 설계가 돼 있는 대형 슈퍼 트럭이 바로 대전MBC가 보유한 HD중계차이다. 대전MBC는 아날로그 중계차 시대를 마감하고, 3년 전 HD중계차를 본격 도입했다. 중계용 HD카메라가 기본적으로 7대가 운용되고, 10대까지 동시 촬영할 수 있다. 중계차 1대로 방송을 하는데 투입되는 인력만 20명에 달한다. 골프 중계 시 각 지역 MBC의 중계차 4-5대가 모이면, 한 번에 수 십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트랜스포머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을 연상하면 될까?
“아날로그에서 HD로 업그레이드”
이전의 아날로그 중계차는 1997년 말에 제작되어 10년 넘게 대전·충청뿐 아니라 전국을 누비며 기술부 엔지니어들과 동거동락 해 왔다. 하지만 장비도 노후 됐고, 아날로그에서 HD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서 지난 2012년 4월 HD중계차를 제작하게 됐다. 중계차 제작 시 가장 고려한 점은 1)통신회선이나 마이크로웨이브를 통하여 실시간 방송이 가능할 것. 2)축구, 야구, 탁구 등 모든 스포츠 중계가 가능할 것. 3)다양한 음악 쇼프로그램 등 고품질 오디오 제작이 가능할 것 등이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대전MBC HD중계차가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중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휴가요? 못 갈 때도 많죠, 커피도 안 마셔요!”
중계차 근무자들은 올 여름에도 태풍이 오면 비상 대기모드로 전환 된다. 특히 태풍이 희한하게 주말에 많이 오는데 그런 날은 약속도 전부 취소하고 어떤 경우는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여름휴가도 취소를 하게 돼서 가족들 볼 낯이 없어지기도 한다. 한겨울 폭설이 올 때도 어김없이 중계차를 대기하는데 강원 지역과 달리 대전·세종·충남 지역이 폭설이 많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중계차 감독을 맡고 있는 필자는 새로운 습관까지 생겼다. 우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가장 먼저 날씨를 살피게 됐다. 혹시 우리 지역에 큰 폭우라도 내리지 않을까, 기상이변이라도 생겨서 중계차가 나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중계차는 기술 감독인 필자를 포함해 비디오, 오디오 담당 엔지니어와 여러 명의 카메라맨이 한 팀이 돼서 운영되는데 호흡이 맞지 않거나, 자리를 비우면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중계가 끝날 때까지는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다. 특히 쇼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의 경우에는 3-4시간 씩 걸리는 게 보통이라서 생리현상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물이나 음료수, 특히 이뇨작용이 강한 아메리카노 커피는 잘 안마시게 된다. 이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중계방송 중 생리신호가 와서 참다 참다 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중계차가 나가게 되는 현장은 방송국 보다 돌발변수가 10배 이상 많은 게 현실이다(전원문제, 날씨, 북적이는 인파 등). 하지만 이런 변수들에 대처하며 방송을 무사히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크며, 마지막으로 동료들로부터 ‘수고했다’는 한마디를 들으면 모든 피로와 긴장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중계팀은 스탠바이다.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조금이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서.
김의수 중계차 감독 | 경영기술국 방송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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