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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바리톤 김동규와 함께 한 ‘어느 멋진 날’

청명한 하늘을 문득 올려다보면 꿈결처럼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온 국민의 축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이 노래의 주인공, 노래 하나로 세상을 달콤심쿵하게 만드는 남자, 바리톤 김동규 씨가 <허참의 토크&조이>를 찾았다.

 

1990년대 유럽을 주름잡던 오페라 가수, 김동규
녹화는 최근 예능 출연에 대한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됐다. 무대 위에서 노래만 부르다 토크 프로그램 출연은 처음이라는 김동규 씨. 자신의 꾸미지 않은 ‘생얼’을 보는 게 낯설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1990년대 유럽을 주름잡았던 오페라 가수다.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만점으로 수석 입학하고, 베르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유럽 3대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역에 선발되는 등 실력 하나로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당당히 인정받았다. 작곡가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의 ‘우월’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음악적인 유전자가 아니라 ‘결핍’이었다고 한다. 용돈을 타더라도 방을 청소해야 받게 하는 등, 스스로 도전하고 성취하는데서 기쁨을 맛보도록 훈련받은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열어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렇게 샘솟는 열정으로 유럽 무대를 화려하게 누볐지만 어느 날 문득 그를 찾아온 건 사무친 외로움과 허전함이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다 브레이크 없는 삶에 지친 그는 과감히 모든 걸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도 한동안은 음악을 할 수 없었다. 고국에서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개척할지 고민하던 그는 어느 순간 대중들에게 친숙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떠올리게 됐고, 그러면서 발표한 노래가 바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사람들은 이 노래에 열광했고 결혼식은 물론, 돌잔치, 프러포즈 이벤트 등 축가가 필요한 자리에서 어김없이 이 노래가 불려졌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그렇게 김동규의 인생에 다시 한 번 날개를 달아주었다.

 

성악가의 목소리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
그에게 이 노래의 인기 비결이 뭐냐고 묻자 한 마디로 정리한다. ‘목소리에서 성악가의 소리가 나지 않고 사람의 소리가 나서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렇다. 그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음악가이다. 청중과 거리를 두지 않고 언제라도 노래 중간에 무대 아래로 내려와 악수를 나누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성악가 김동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역시 사람들이고 대체 무슨 복이 많아서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수줍게 말한다. 그에겐 삶을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가 음악이었고 그런 음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그를 지탱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가 여느 오페라 가수, 성악가들과 다른 지점에 서 있는 이유를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녹화를 마칠 즈음, 그는 한걸음 더 우리 곁에 와 있었다.

 

김정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