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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내가 보고 싶을 사람

 

며칠 전입니다. 문득 어느 교수님 생각이 났습니다. 알게 된 지가 20년이 넘은 노 교수님이었는데, 지방으로 내려가신 지가 한참 되었습니다. 서울의 대학에서 수십 년을 가르치다가 정년 무렵에 지방의 한 대학에 내려가서 한참을 더 강의하셨으니까 평생을 교수로 사셨던 분입니다. 이제는 팔순이 넘었는데 아직 강의를 하실까 하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재작년에 돌아가신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직 대학에 적을 두고 계시면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검색을 해보았던 건데, 이미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1991년에 우연히 만났던 교수님은 민속학의 거장이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이상하면서도 재미있는 민담이나 풍습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참 뛰어다녀야 할 경찰기자 시절이었습니다. 야근을 마친 다음날 교수님은 여의도 사옥에 차를 가지고 오셨지요. 점심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었는데, 서울 근교의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저는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전날 새벽부터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더니 쏟아지는 졸음을 막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눈을 떠보니 남한강을 마주한 강변이었습니다. 환한 대낮의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고, 교수님은 바깥 나무 아래서 산책을 하고 계셨습니다. 너무나 곤하게 자길래 깨우지 않았다고 말씀을 덧붙였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만난 것은 1년에 서너 번이었고, 그나마도 해외 생활을 하면서 연락은 끊겨 버렸습니다. 교수님이야 민속학의 거장이었고, 근무처가 잘 알려져 있는 분이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할 쪽은 당연히 저였겠지요. 언젠가 해외 근무를 앞두고 교수님이 근무하시는 지방의 대학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한참이나 더 갔던 기억이 있는데, 교수님 같은 분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운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많이 야위셨다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잔잔한 목소리만 여전했습니다. 또다시 그렇게 찾아뵐 요량으로 근무처를 검색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만 접하게 된 것입니다.


전화만 하면 금방이라도 연결이 될 것 같았던 사람이 이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분이 되었습니다. 유투브에는 2011년 교수님의 모습이 떠있네요. 머리카락은 완전한 백발이지만 건강한 모습입니다. 그때 한 번이라도 연락을 했더라면 다시 인연이 이어졌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하필 돌아가셨을 때 제가 해외 근무를 하고 있었으니 부고 소식을 더 몰랐던 모양입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까운 친구들, 지인들도 ‘곧 한 번 연락해야지’ ‘조만간 한 번 만나야지’ 하면서 몇 달이 지나가곤 합니다. 그러다가 몇 년씩 연락을 못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부고 연락을 받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은 ‘보고 싶은 사람’ ‘그리운 사람’이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7월도 어느새 중순입니다. 휴가철이니 어쩌면 다른 때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럴 때 한번쯤은 미뤄두었던 연락을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그분들은 ‘보고 싶을 사람’이 될지 모릅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악수 한 번 할 수 있을 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시간을 내보면 어떨까요? 최소한 ‘그때 연락해야 했는데...’라는 뒤늦은 자책감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7월은 대전MBC에 의미가 큰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제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확정되었을 때 백제 유적 현장에서 뉴스를 알렸고, 치밀한 기획으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주요 유산을 시리즈로 기획하는 한편 요르단의 사례를 현장에서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지요.


7월에 대전MBC는 주말장터를 엽니다. 그날 아침에 생산한 신선한 먹거리가 대전MBC 건물 옆 주말장터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것입니다. 유통 단계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일을 대전MBC가 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16일에는 세종시 신청사 개청식 행사를 대전MBC가 주관합니다. 세종시는 우리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인물 가운데 한 분인 세종대왕의 이름을 붙인 의미 있는 도시입니다. 세종시의 실질적 출발을 상징하는 행사를 대전MBC가 주관한다는 것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여름 축제로 자리 잡은 견우직녀축제도 곧 개막할 것입니다. 청춘남녀가 모이고 만나고 축제를 벌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장이 될 것입니다. 대전MBC는 시청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대전MBC에 오시면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겁니다. 7월 한 달,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며 보내시기 바랍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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