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코디와 진샹(金鄕)현 인민정부 외사처 직원 간에 수차례 대화가 오간 모양이다. 결론은 당장 중국을 떠나라는 것. 기분 좋게 칭다오 맥주로 해외제작의 결기를 모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외사처 직원들이 취재에 응하지 말 것을 업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시했단다. 있어봐야 원하는 그림을 찍을 수 없을 테니 한국으로 돌아가란다. 목이 탄 걸 어찌 알았는지 생수 한 병씩 손에 쥐어주고는 앞장서란다. 공항까지 가는 걸 봐야겠단다. 연초에 있었던 마늘 분쟁(박스 참고)으로 한국에서 온 마늘 취재팀을 쫓아내려 하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 입국할 당시에는 메르스가 더 큰 걱정이었다. 미열이 있었던 터라 중국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했더랬다. 그러나 메르스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중국에서의 사건은 미약한 시작에 불과했다. 해외출장을 앞두고 촬영감독 모친의 갑작스런 응급실행, 생사의 기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들의 심정을 부러 모른 채 출장을 강행한 일이며 촬영 중 차량 추돌사고, 있어야할 출장비가 계좌에 없어 곤란을 겪은 미국 일정 등등 곤혹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집트는 또 어떠했는가? 촬영 허가를 받기위해 입국 두 달 전부터 이집트관광청, 이집트대사관, 외교부, 한국대사관 등등에 공문을 보내고 허가를 기다렸지만 이집트 입국하는 날까지 촬영허가서를 받지 못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카메라를 들고 다녀도 되는 일종의 프레스 카드를 받았지만 유물과 유적지를 찍을 수 있는 촬영허가서를 따로 또 받아야했었다. 결국 이집트 입국 후 유물촬영허가서를 받기위해 카이로 시내를 분주히 돌아다녔고 정작 촬영은 이집트 입국 하루 반나절이 지난 다음부터 가능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두 장의 표가 한 사람의 걸로 발권된 사실을 검색대에서 발견하는 바람에 한 바탕 소동을 벌였고 출발이 늦어 프랑크푸르트에서 발에 땀나도록 뛰어 겨우 커넥팅을 할 수 있었으며 이탈리아 도착은 했지만 촬영 장비 등이 든 짐이 다음 날 도착하는 바람에 첫 날부터 차질이 발생했었다.
결국 쏟아내고 보니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또 이런 경험이 가능할까 할 정도로 불운이 어깨 걸고 왔으며 또 그런 상황에서 귀인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외사처 직원을 고속도로 입구에서 따돌리고 다시 진샹현으로 돌아가 몰래몰래 도둑촬영을 감행할 수 있었던 데는 왕사장(왕샤오티엔, 王孝天의) 도움이 컸다. 마늘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왕사장은 민감한 시기에 다들 주저하는 인터뷰를 해주었고 또 아는 공장 섭외까지 도와주었다. 아마 그가 없었으면 빈손으로 귀국하는 아주 드문 해외취재사를 남길 뻔했다.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 많은 일 중 몸이 기억하는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물론 프로그램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M스토리 대문 격에 맞지 않는다는 분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데는 이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애정탑재 본방사수.
*한중간의 마늘분쟁
연초에 중국 난닝현의 젊은 마늘 농민이 한국에 2천톤을 수출했지만 검역과정에서 불량으로 나와 중국으로 되돌아 간 사건이 발생. 불량 마늘을 한국에 팔려고 한 중국 농민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겠지만 현지에서는 달랐다. 수입 업체의 사장과 공무원까지 와서 품질상태를 확인하고 선적을 해 한국으로 보냈단다. 그리고 얼마 후에 반품이 되어 빚더미에 안게 된 마늘농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와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항의하는 과정에서 뉴스가 됐던 사건.
윤성희 PD | 편성제작국 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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