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소셜미디어
지난달(7월)이었지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배꼽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사막을 누빈 20대 여성이 전 세계 뉴스의 ‘해외 화제’를 장식했습니다. 배꼽티와 미니스커트는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여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런 행위는 ‘감방’에까지 갈 정도의 범죄 행위입니다. 문제의 여성은 ‘과다 노출’ 의상을 입은 것은 물론 자신의 동영상을 ‘용감하게도’ 소셜미디어에 올려 더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녀의 ‘범죄 행위’를 담은 동영상은 즉각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사우디 경찰은 그녀를 체포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든 여성은 외출 시 머리에는 히잡을 써야 하며, 전신은 몸의 윤곽이 나타나지 않도록 검은색 차도르를 걸쳐야 합니다. 머리카락이나 여성의 몸매는 성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외출 시에는 또 반드시 가족 중에 남성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이 같은 관습은 권력을 잡고 있는 사우디 정부보다 일반 국민들이 더 강하게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보다 국민들이 더 보수적인 나라로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관습은 외국인들에게도 꼭 같이 적용됩니다. 외국 여성이라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입국하는 순간 히잡을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을 옥죄는 관습에 반기를 들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진 인물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히잡을 쓰지 않았고 전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도 2006년 히잡을 쓰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강국 대통령들의 부인들이니 사우디 정부도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배꼽티’ 여성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사흘 만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그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녀의 ‘노출’ 동영상을 퍼뜨려 그녀를 경찰에 체포되게 한 것도 소셜미디어였지만 체포된 그녀를 풀어주게 한 것도 소셜미디어였으니까요. 사우디 경찰이 ‘범법 행위’를 한 그녀를 체포한 순간 전 세계가 반응했습니다. 도대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의상일 뿐인데, 머릿수건을 안 쓰고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죄목으로 여성을 체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전 세계 시민들이 반응을 했던 것이지요. 부담을 느꼈던 것일까요. 사우디 경찰은 이 여성을 몇 시간 동안 조사한 다음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켰다고 사우디 문화공보부가 발표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습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이번 사례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대단히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이 인공지능과 만나서 생성되는 ‘가짜 콘텐츠’들의 파괴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알고리듬은 오바마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들의 입모양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을 정도까지 진전했는데, 여기에 성대모사를 하는 인물들의 음성이 가미되면 실제 인물과 구분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짜뉴스가 인쇄 미디어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했는데, 동영상마저도 가짜로 생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악마의 편집’은 과학수사를 통해 편집 여부가 드러나지만 인공지능과 결합한 동영상들은 한 단계 더 발전한 ‘가짜 콘텐츠’들입니다.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와 그 역사를 연구한 스탠포드 대학교의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이비리그 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50%가 가짜뉴스를 진실이라고 믿었다는 겁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이 보내오는 소식이라고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한두 번만 기사 검색을 하고 조사를 해봐도 가짜임이 금세 드러날 텐데도 그 검증 과정 없이 무작정 믿어버린다는 겁니다. 가짜뉴스는 대중들을 선동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대중들이 검증되지 않는 소셜미디어의 몇 줄에 휩쓸리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된다는 것이 다이아몬드 교수의 통찰이었습니다.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장도 소셜미디어 문제 때문에 기소까지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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