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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다큐멘터리 <노래로 본 한국 현대사>를 시청하고 “그 시절을 기억하는 멜로디”

 

 

해마다 봄이 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시린 겨울엔 연달아 그녀의 노래를 듣는다. 어떤 노래는 너무 아파 먹먹해지기도 한다. 헤어진 연인과의 순간이 멜로디를 타고 그려지기 때문이다. 노래로 한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내가 삶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그러나 어떤 노래들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당신의 노래, 우리의 노래, 그들의 노래가 있다.

 

1부 - 시절을 위안하는 선율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삶이 있다. 3, 40년대 일제 치하를 살았던 이들의 삶, 전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삶이 그렇다. 역사 교과서는 그들의 뼈아픈 고통과 간곡함까지 전달하지 못했다.

 

역사의 건조한 문장이 멜로디를 입고는 촉촉해졌다. 간절했던 당시의 삶이 살결에 닿았다. 선율을 따라 조심스레 그 삶에 들어가 보았다. 노래가 있어 버틸 수 있었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가늠해본다.


가수 박인희 씨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어느 멜로디에 5, 60대 연배의 당신들은 ‘누군가의 노래, 누군가의 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젊은 날, 가버린 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옛 기억’, 이런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한 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 젊었던 당신들의 청춘을 회상한다는 것이다. 문득 아련해졌다.


2부 - 자유를 외치던 멜로디
70년대는 청춘의 시대, 타는 목마름의 시대였다. 암울하기만 했던 시대의 탈출구는 음악이었다. 대학가요제는 폭발적인 창구가 되어주었다. 누구나 그들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가감 없이 아픔을 노래했고, 시대에 저항했고, 자유를 외쳤다. 당시를 살았던 것도 아닌데 어느 목소리가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소름이 돋았다.


멜로디와 함께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공간들이 있다. 자유를 외치던 청춘은 학림다방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노래를 불렀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자유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에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 자유를 노래할 수 있었던 시절의 그들만이 온전한 자유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지금 외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많아진다.

 

 

3부 - 당신의 삶은 한 소절 노랫말이 되어
벌써 몇 해 뒤면 환갑을 바라보는 당신의 삶을 떠올렸다. 강경에서 자라 학창시절 상경했다. 장남이었던 아버지의 어깨는 무거웠다. 공부를 접고 돈을 벌어야 했다. 이제는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아내와 딸자식을 뒷바라지하다가 수십 년이 흘렀다. 어떤 휴가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홀로 노트북을 켜고 소주잔을 채운다. 가끔 아버지의 방에서 흐르던 노랫소리가 기억났다. 당신은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을 게다. 나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로 어찌 당신의 삶을 위로할까 싶었다. 그의 삶을 대변하는 노래가 있어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가끔 현실을 잊고 노랫말이 되어 멜로디로 흐른다. 그는 나의 아버지이고 당신의 아버지이고 우리의 아버지이다. 시대의 아버지들이다.

 

복은진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