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있는 곳은 대전 중구 침산동에 위치한 ‘대전청소년
수련마을’이라는 시설이다. 이 시설을 소개하기 전에 부모님
에 대한 사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상당
히 추상적인 단어로, 이 단어에 대한 정의를 무엇라고 한 단어
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고, 성경 고린도 전서에 나오는 “사랑은 오래 참
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오래 참고 영원하다”라는
말도 있다.
사랑의 종류에는 아가페적 사랑, 에로스적 사랑, 필로스적 사
랑, 스트로게적 사랑 등 다양한 표현을 한다. 여기서 아가페적
사랑은 진실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데, 하나님의 우리
인류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
에 해당된다. 에로스적인 사랑은 감정적인 이성간의 사랑이
고, 필로스는 친구간의 우정의 사랑, 스트로게는 가족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여기서 가장 고귀하고 희생적인 사랑인 아가페적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있는 시설도 그러한 사랑의 산물이라고 봐
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 용운동에서 목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는 대전 중구 침산동 산21번지와 22-2번지 임야를 매입, 나중
에 그 땅을 대전의 청소년수련장으로 대전시에 기부했다. 당
시 26억 원 상당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같이 개인주의화
되고, 정이 메마른 사회에서 자라나는 미래의 꿈나무를 위해
엄청난 결정을 하신 것이다.
아버지의 호는 설봉인데, 눈 ‘설’자에 봉우리 ‘봉’으로 항상 눈
처럼 깨끗하고 순수함을 추구하신 분이다. 1996년 9월 23일에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열과 성을 다하여 수련마을을 가꾸신
것을 기억한다. 농장의 배나무, 복숭아나무, 주목, 모과나무,
감나무, 꽃사과나무, 목련 등 다양한 유실수를 직접 심었고,
생활관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 애쓰셨다.
“인생은 잠깐 있다 가는 연극의 한 장이니, 살면서 뜻깊고 보
람 있는 일을 해라.”
생전 자식들에게는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을 갖고 어려운 사람
을 늘 생각하고 도우라는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이다.
청소년수련마을의 시설은 생활관 2개, 강당 2개, 회의실, 서바
이벌 게임장, 스카이점프장, 세줄타기장, 인공 암벽장, 래프팅
장 등 명실 공히 대전, 아니 전국에서 제일 훌륭한 청소년 활동
시설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시설
평가에서 최우수 시설로 평가를 받았다. 현재는 수용인원이
496명이고,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 프로그램도 무수히 많다. 다
만, 이 시설이 대전 시내에서 접근성이 떨어져 대전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고로 대전의 청소년시설은 만년동의 평송과 침산동 소재 대
전청소년수련마을 두 곳이 있다. 두 시설의 공통점이 있는데,
청소년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가졌던 두 분이 본인
소유의 재산을 대전시에 기부함으로써 이루어진 청소년 활동
시설이라는 것이다. 평송청소년수련원은 1990년 평송 이남용
선생이 평생 모은 30억 원을, 대전청소년수련마을은 나의 아
버지(정길준)가 45,000평의 대지를 대전시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내일의 주역이 될 청소년은 건강하고 슬기롭게 자라야 한다”
는 모토로 설립된 두 시설은 대전의 큰 자랑거리다. 전국의 어
느 청소년 활동시설보다 훌륭한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부친
이 평생 모은 재산을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한 것처럼 나 또한
청소년들을 영원히 사랑하며 그들이 항상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고군분투할 것을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출연하는
자연 속의 주인공들이 주변의 환경 속에서 잘 적응해 나가는
것을 보고, 자연과 함께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또 청소년수련시
설에서 한 가지 더 진리를 터득했으니 그것은 사람은 자연에
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항상 자기보다 남을 섬기고, 배우는 자세로 겸손하게 살아라’
라는 평범한 말 속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져 있음을 상기해 본다.
대전청소년수련마을 상근이사 / 정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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