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을에 서서 올해의 마지막 단풍을 찾아 주말에 이곳 저곳을 다녀보았다. 최근 들어 봄이라는 계절보다는 가을을 더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앞보다 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 더 정답게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회상은 아닐진대 …. 몇 개월 전, 3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갔던 친구를 만나기 위 해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대학 졸업 후에 해군사관학교 교수일 때 만나고 못 만났으니 30년도 훌쩍 넘긴 시간들이다. 광 화문에서 만나 재수시절 하숙집을 찾아 사직동 언덕길을 올라 가보니 집은 그대로인데, 그 시절 그 집 사람들은 없었다. 그 집의 주인은 신문사를 퇴직한 기자 출신으로 꼿꼿하고 조용한 성격의 엘리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젊은 재수생, 법대를 지망하던 나에게는 꿈도, 희망도,
하고픈 일도 많았다. 법조인, 언론인, 공무원, 교수, 문학도 등
너무 많아서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기자라는 직업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기자는 사회를 자로 재는 재단사이면서도 사회를
알리고, 사회를 이끄는 직업이 아니겠는가? 사회의 현실과 문
제를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사회의 양지와 음지를 밝혀내고
전 국민에게 사실을 전파하고, 나아가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
고 선도하는, 이른바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3부(입법, 사법, 행
정) 밖에서 작동하는 제4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 MBC는 대학가요제로 다가왔다. 젊은이들의 향연! 전
국의 모든 대학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1977년 제1회
로 시작하여 2012년까지 수많은 젊음을 잉태했다. 샌드페블
즈의 ‘나어떡해(1977)’로부터,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1978)’, 김학래·임철우의 ‘내가(1979)’, 이범용·함명훈의 ‘꿈
의 대화(1980)’,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1985)’ 등의 노래
들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기타와 카세트를 캠핑여행의 필수품
으로 만들었다.
이렇듯이 언론 방송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실들을 전
국민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사회를 진단하기도 하는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권력을 갖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
들에게 즐거움과 기쁨, 아련한 추억까지도 만들어 주고 있어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이럴 때 국민들은 언론
방송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언론과 방송은
사회 현실을 알리는 기능 이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권력자가 된다.
여기에 방송과 언론이 정론(正論)이 되어야 하는 존재 가치
가 있다. “방송과 언론이 사회를 만들고 이끌어 간다”라면 지
나친 표현일까? MBC 대학가요제는 이 나라에 젊음을 잉태했
고, 언론과 방송이 주는 메시지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대로
사실인 것으로 인정해 왔다.
이제 언론과 방송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 사회가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를 밝혀주어야 한다. 그 길에 나의 대전MBC가 앞
장서 주기를 기대해 본다.
대전과학기술대 입학관리처장 / 이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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