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18년에는 14%를, 그리고 2024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 최장수국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앞으로 노인인구의 비중은 크게 증가 할 수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은퇴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50대 중반에서의 은퇴는 은퇴가 아니라 반퇴(半退)라는 것이다. 본래 농경시대에서는 은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은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라고 되어 있지만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베이비부머들에게 한가히 지낼 여유가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직장인들은 일생에 정년을 세 번 맞는다고 한다. 첫 번째 정년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정한 정년이고, 제2의 정년은 직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하는 50대부터 제2의 직업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 일을 마감하는 정년이다. 세 번째 정년은 이승에서의 생을 마치고 저세상으로 가는 마지막 정년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52.4세에 불과하였다. 환갑인 60세까지 살게 되면 장수의 기쁨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하면서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 80세을 넘긴 오늘날 60세에 환갑잔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열거하라고 하면 대부분 경제적 여유와 건강, 가족, 친구, 일 등을 꼽는다. 그 중에서도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든다면 돈보다도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한 남편들이 집에서 세 끼 식사를 해결하려고 하면 아내들이 삼식이라고 구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나가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이제 인생에서 세 번 맞는 정년에 대해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시작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도 우선 재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실정이다. 고령자를 채용하려는 회사는 그가 과거에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보다는 어떤 특기를 가지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재취업의 필요성 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취미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소일거리로 삼고 건강관리를 위한 일을 권하고 싶다. 이제는 누구나 인생 2모작,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의 직장인들은일생 동안 맞이하게 되는 세 번의 정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서 큰 충격 없이 정년을 맞게 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연령대별 자살 사망률은 40대 29.6명, 50대 32.5명, 60대 34.6명, 70대 54명, 80대 이상 78.1명 등으로 나이가 많아 질수록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OECD국가 평균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2명인데 비해 한국은 24.6명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특히 불명예스럽게도 노인자살률은 지난 10년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인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 ‘2014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원인으로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고 다음이 건강, 외로움,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 배우자나 친구 등의 사망 순이었다. 자살을 행한 노인의 상당수가 홀로 생활하는 노인으로 가족이나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 사회적 고립과 상실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노인들의 마음 속 빈 공간을 국가와 사회, 우리 모두가 채워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 은퇴는 없다. 본래의 은퇴 의미처럼 현직에서 물러나서 한가로이 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 도래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오늘날 고용정년 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선진국 노인들의 경우 돈을 벌기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지, 아니면 사회환원적인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진지하게 준비한다고 한다.
급속한 노인인구의 증가로 부양부담이 커지고 있어 퇴직자들의 노후생활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줄이려면 베이비붐세대의 개인적 노력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현실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
다.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중고령자 재훈련기회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베이비부머도 용기를 가지고 재취업을 위해 도전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 늙어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인생의 새로운 보람을 찾는 인생 2모작, 3모작을 할 수 있다. 장수가 축복이 될 것인지 재앙이 될 것인지는 노후준비를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노후 준비가 잘된 자에게는 축복이고 안 된 자에게는 비극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은 이제 얼마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웰빙(Well-being)이 트렌드가 되었고 웰빙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웰빙의 완성이라는 웰다잉(Well-dying)의 개념도 대중의 인식에 점차 자리하고 있다. 어떤 삶이 웰빙, 웰다잉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건강한 죽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달려있다. 올바른 죽음 준비는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비해 삶을 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편안히 맞느냐의 여부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3번째 정년인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평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열심히 살되 욕심없이 남에게 베풀면서 올바르게 사는 법을 익혀야 웰다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건양대교수, 법학박사 이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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