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방영 이후 국내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대전MBC 특별기획 <아버지의 일기장>이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열린 ‘제50회 휴스턴 국제필름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았다. TV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한 <아버지의 일기장>은 방영 당시 제41회 한국방송대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국제앰네스티 ‘국제언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해자의 시점에서 접근한 위안부 문제
<아버지의 일기장>은 일본인의 기록이다. 일기장의 주인은 1937년 일본 육군 제6사단 소속으로 중일전쟁에 참전했던 무토 아키이치. 그의 일기장에는 전쟁터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학살과 군위안소에서 벌어지는 참상이 놀라울 만큼 차분하게 기록돼 있다.
“기상 후 간단한 체조를 했다. 같은 날 중국군 포로를 처치하러 갔다. (포로들을) 천양에 있는 역 건물 동쪽에 세우고 누마타 소위가 먼저 일본도로 베었다. 그리고 우리 부대원 모두 총검으로 한 번씩 찔렀다.”
“오늘은 즐거운 외출하는 날이다. 이시카와와 둘이서 먼저 조선 정벌을 하러 갔다. 내 순서는 네 번째였다. 경상남도 출신 토미코. 그 다음은 중국 정벌을 하러 갔다. 첫 번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에코를 만났다. 약간의 소동이 벌어졌고 치에코가 울었다. 너무 불쌍했다.”
아들 다나카 노부유키(66세)는 아버지를 포함한 자국의 치부가 고스란히 담긴 일기장을 2010년 한국에 기증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일기장>은 일기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전쟁의 진실을 대하는 양국의 시각을 대비시킨다. 중국군 포로를 일본도로 베고, 고향에서 끌려온 여인들을 ‘정벌’하기 위해 발걸음도 가볍게 군위안소로 향하던 일기장 속 아버지. 그리고 한이 서려 껍데기만 남았다는 소화 12년을 기억하는 우리네 할머니.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한·일 위안부합의 재협상 권고 기사가 들려오는 요즘, 북미 최대 TV 전문 페스티벌 수상 소식은 더욱 의미 깊다.
“사실, 메시지로만 연결해서 드라이한 작품이에요. 작품의 완성도가 훌륭해서 상을 받았다, 이런 것은 아니고.(웃음) 다만 피해자 증언과 역사적 사료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기존 프로그램 패턴과 달리 가해자의 기록물로 접근한 시각차가 주는 무게감 때문인 것 같아요.”
최영규 PD는 ‘다나카 선생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한이 서려 껍데기만 남았다는 우리네 할머니
작품 속 다나카는 아버지를 대신해 ‘위안부 쉼터’를 찾은 모습이 나온다. 다나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만남은 처음이었다. 아버지의 십자가를 등에 진 한 걸음, 아마도 다나카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세상에 공개할 때보다 더 큰 용기를 냈을 것이다.
가해자 아들과 피해자의 불편한 만남. 위안소를 즐겁게 드나들었던 아비의 아들은 위안소에 생을 묻고 온 나이든 소녀 앞에 무릎을 조아리고 앉았다. 긴 침묵 끝에 간간이 통역으로만 오갔던 짧은 말들이 이내 다나카가 돌아갈 즈음 할머니의 입에서 일본어가 흘러나왔다고 최 PD는 전했다.
“다나카 씨는 처음 인터뷰를 제안할 때처럼 위안부 쉼터 방문도 흔쾌히 ‘그러자’라고 응해줬어요. 용기 있는 분이죠. 여건상 다나카 선생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는데, 워낙 표현이 거침없는 분이라 제작 시간 단축에 일조하셨죠.(웃음) 작년 구마모토 현에서 지진 났을 때 안부전화 드렸더니 본인은 무사하지만 피해 주민들 밥해 먹이느라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평화시민운동가로 활동 중인 다나카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재일교포에게 부탁해 일본어 자막을 입혀 돌려 봤다. 아버지에게 약속한 당신의 책임을 함께 지고 가기 위해 외롭지만 멈추지 않을 행보를 계속할 것이란다.
“다나카 선생과 더불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든든하게 후방 지원해준 기획자 이은표 부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안시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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