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의 고백
2016년 12월의 어느 날. 중고등학생을 둔 아빠 PD, 초등학생의 아빠 VJ, 유치원 자녀의 엄마 작가가 만났다. 행복해 보이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자녀-부모-교사의 진솔한 얘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아 보자는 것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세 명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당일 아침 작가는 자녀에게 8시 44분 등교버스를 맞추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옷을 입히고 입에 쌀 과자를 물려 보낸 터였다. 전날 밤 PD는 새벽 세 시까지 스마트폰하는 아들을 목도한 후 묵언수행을 하고 있었다. VJ는 몇 주간 주말도 없이 일하며 애들을 볼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 그렇게 살지 뭐어~’라고 위로하고 싶은 고단한 아빠·엄마들이다.
위로받고 싶은 교육가족의 이야기
위로받고 싶은 이들이 어디 학부모뿐일까? 자녀들은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와 점점 멀어져 가고, 그 자리는 친구가 대신한다. 그마저도 친구와 멀어지면 아이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날로 늘어나는 학생들의 교권 침해, 작은 일에도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열성에 선생님들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상처받은 교육가족,과연 이렇게 내버려둬도 좋을까? 다큐멘터리 <학교, 행복을 꿈꾸다(가제)>는 이런 주제의식 속에 기획됐다.
제작진은 사례자를 찾아 나섰다. 가족의 이혼으로 10여 년간 조카를 키워 온 고모, 매일 선생님에게 불려가는 아이의엄마, 부모와의 갈등으로 집을 떠나 교육기관의 보호를 받고있는 학생, 평범하지만 매일 다투는 엄마와 딸을 만났다. 부모를 대신해 10여 년 간 조카를 키운 고모에겐 대전교육청과 협력해 에듀힐링센터의 치유프로그램을(총 6회기) 솔루션으로 제공했다. 조카를 키우며 잃어버린 자신을 돌아보고,말할 수 없던 상처를 드러내며, 행복으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상처를 드러내고 극복하며,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부모의 고백을 들었다.
‘행복’의 배움터가 되어야 하는 학교의 이야기도 그렸다. 날이 갈수록 통제하기 힘든 아이들을 보며 그만두고 싶었던 선생님, 학교생활에 지쳐 ‘아이들이 없을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선생님 등 …. 이들의 솔직한 고민과 제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은 카메라뿐 아니라 제작진에게 전해졌다. 나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인지?’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는 실험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도 알아봤다. 적잖은 학생이 학교는 ‘감옥’, ‘알바천국’, ‘밥 먹는 곳’ 등의 부정적인 답을 해 담임 선생님과 제작진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행복한 학교를 위하여
교육심리전문가들은 말한다. ‘행복의 시작은 동맥경화처럼 막힌 교육가족의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고 치유하려는 노력’에 있다고. 학교는 행복해야 한다. 선생님, 학교, 학생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학교, 행복을 꿈꾸다(가제)>는 교육가족들 하나하나가 마음의 행복을 찾기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혹시 자녀와 갈등을 빚고 있다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자녀가 있다면, ‘선생 김봉두’를 꿈꿨다가 지금은 회의를 느끼는 교사가 있다면, 본 프로그램을 꼭 시청해 주길 권한다. 말 못했던 교육가족의 고백과 상처의 치유 과정을 통해,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가 전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보자. 특히 부모들에게 귀띔해드린다. “밥 먹었냐?”는 말보다, “용돈이 더 필요하냐?”는 말이 더 좋을 거라고.
조연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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