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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특집 다큐멘터리 노래로 본 한국 현대사 <인생 한 곡, 나의 노래> - 작업 내내 나를 위로했던 조용필이 있었고 새롭게 다가왔던 ‘목포의 눈물’이 있었다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1958년을 전·후로 태어난 그들의 삶은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했다. ‘태어나 보니 전쟁이 끝나고 지지리도 어려웠던 50년대 후반이었으며, 먹고 살기 위해 청춘을 전쟁처럼 치열하게 살다 보니 어느덧 정년을 맞은’ 그들. 3월 27일부터 3일간 방영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 <인생 한 곡, 나의 노래>는 바로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시대를 관통했던 명곡으로 만든 헌정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것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내내 노래에 빠져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낭만에 대하여’부터 ‘브라보 마이 라이프’까지
“소위 말하는 세대 차이라는 것이 노래에서 오더라고요. 7, 8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 음악과 그룹사운드의 노래를 취재하며 들어보니 ‘당시 어른들은 음악으로 치지도 않았다’는 말을 알겠더군요. 지금 우리 세대도 힙합을 들으면 도통 음악 같지 않거든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로 시작해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엔딩을 맺는 특집 다큐멘터리 <인생 한 곡, 나의 노래>의 제작을 맡은 이재우 부장의 말이다. 도라지 위스키 맛을 모르는 세대와 힙합가수 ‘도끼’를 연장 이름만으로 아는 세대와의 간극은 그처럼 극명하다. 3부작으로 제작된 이번 다큐멘터리는 위에서 언급했던 ‘태어나보니 지지리도 가난했던 나라’에서 제대로 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의 타임라인이다. 그 타임라인 속엔, 그들이 걸어 온 길엔 한국전쟁의 피폐함과, 4·19 혁명
과 5공화국, 유신정권의 암울함과, 서울올림픽의 벅찬 감동이, 그리고 IMF의 지독히 암울한 배경이 클립으로 꽂혀 배치돼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국 현대사의 기록이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고 있죠. 가장 극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일군 그들의 정년은 격려 받아야 마땅하죠. 그래서 엔딩곡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격려와 위로, 그리고 박수를 담은 의미 깊은 곡입니다.”


이러한 의미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 제작팀은 대전MBC 3층에 위치한 회의실을 아예 작업실로 개조해 몇 달간 철야에 가까운 야근 작업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카메라에 담았던 카메라(김정훈, 김병연, 임태준, 김한성, 박성환, 황명동)팀과 그 화면에 이야기를 담은 작가들(김민정, 김세미, 장현숙, 이성의)의 고단했을 여정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특히 휴일 없이 작업실에서 원고 작업을 했던 작가들의 일과는 고3 수험생의 일과보다 혹독했다고.


“우리 작가들, 고3 때 이렇게 공부했다면 서울대가 뭡니까, 하버드도 합격했을 겁니다. 하하.”

 


부모님의 인생 한 곡, 낯설지만 괜찮아
“새벽에 잠깐 들어가서 씻고 쪽잠 자다 다시 출근하는 일과였지만 재미있게 했어요. 자료 조사를 하면서 원고를 쓰다 보면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듣게 돼요. 그럼 잠자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죠. 고단하긴 했지만, 제겐 조용필이 함께했어요. (웃음) 아, ‘꿈’ 정말 좋아요.”

 

김민정 작가는 이번 작업이 노래의 재발견이었다. 그저 흘러간 유행가로 알았던 ‘목포의 눈물’에 스민 일제 강점기 민족의 애환이나 한국사회 산업화의 이면을 담은 ‘꿈’이 그렇다. 작가의 세대에선 조금 낯선 곡들이지만 긴 세월 동안 회자 되었던 노래에는 대중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래서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면 그 곡조와 가사를 곱씹게 된다. 김 작가는 이번 다큐멘터리도 친근하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편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에요’라며 조용히 관람 포인트를 말하는 김세미 작가는 이번 집필 과정에서 재해 수준으로 체중이 늘었다며 깊은 슬픔을 보였다. 아마도 3부 엔딩곡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가사 중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의 격려는 이들에게 보내도 무방할 듯싶다.


더불어 제작 과정에서 자문을 맡았던 김동률(서강대 교수), 조병구 박사(KDI 한국개발연구원), 박성서 평론가(음악평론가)에게도 감사를 표한다고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