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같이 여행 갈래?” 조심스럽게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는 여행에 딸이 과연 동행할까 싶었지만 대전MBC 특집 여성명산기행으로 해남, 보길도, 완도, 강진을 다녀오는 1박 2일 트래킹코스라고 했더니 망설임도 없이 동행한다고 해서 딸과의 소중한 여행이 성사됐습니다.
“여행의 진짜 묘미는 기다림과 설렘이다”라는 대전MBC 명산기행 담당 국장님의 말씀처럼 두 달 전에 일찌감치 선착순 접수를 하고나서 여행을 떠나는 당일까지 기대와 설렘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여행날짜가 다가왔고, 딸과 함께 1박 2일 일정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설레던 마음은 잠시, 여정은 곧바로 고단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함께 나선 딸이 버스에 타자마자 하는 말, “엄마, 너무 시끄러워요.”. 호호호, 하하하, 남도를 향하는 버스는 출발과 동시에 ‘즐거운 일탈(?)’에 나선 ‘아줌마’들의 웃음소리와 즐거운 수다로 가득 찼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 딸이 엄마와 함께하는 낭만적인 여행에 대한 기대를 슬슬 포기할 즈음, 우리는 첫 여행지인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보길도로 건너갔습니다. 보길도는 섬 전체가 ‘자연이 만들어낸 정원’이라는 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이니 이곳에 머무는 것이 족하다”라고 말했던 고산 윤선도와 보길도의 인연에 대해 담당 국장님의 해설을 들으며 ‘세연정’으로 이동했습니다.
세연정의 너른 들판에 펼쳐진 만개한 코스모스와 들꽃, 남도의 멋진 정원 풍경에 매료된 딸과 저는 모델 포즈로 ‘셀카놀이’에 흠뻑 빠져 연신 폰 카메라를 눌렀습니다. 딸은 엄마가 너무 과하게 포즈를 잡는다고 귀여운 타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녀는 명산팀에 함께한 어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난 딸이 없어서 같이 여행하고 싶어도 못해”, “어쩜 딸이 이렇게 예뻐요~”라며 연신 부러워들 하시니, 예쁜 딸을 둔 엄마는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보길도의 산중턱에 지어진 ‘동천석실’은 하늘과 만나는 공간입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제주도 유배길에서 풍랑으로 보길도에 들러 자신의 심정을 시로 남긴 ‘글씐바위’의 장엄함도 느끼고, 보길도의 남쪽 바닷가인 ‘공룡알 해변’에서 남해 푸른바다와 동글동글한 예쁜 돌들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단체 명산팀 인증샷을 찍었는데, 첫 번째 컷은 ‘시무룩 버전’, 두 번째 컷은 ‘활짝 버전’! 명산기행팀 80명이 한마음 한 몸이 되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여행 첫날을 마무리하는 저녁식사는 회정식이었습니다. 회는 딸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다행이었고, 그 어느 때보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해수사우나에서 전날의 피로를 풀고 전복죽으로 원기를 충전한 후 이틀째 아침을 상쾌하게 출발했습니다. 전날의 일정은 어느새 추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완도타워에서 바라다 보이는 완도항구와 전복양식장, 정약용 선생이 머물렀다는 다산초당과 백련사 푸른 숲 트래킹 길, 출렁다리 건너 마주한 소의 멍에를 닮은 강진 가우도 일주 트래킹…. 그리고 약간의 산행코스도 있어서 운동도 되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힘이 들 즈음 트래킹이 끝나고, 강진에서 푸짐한 전라도 한정식 상을 받았습니다. 한 상 가득한 맛있는 음식에 행복해하던 많은 여행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처음엔 서먹해하던 딸아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분들과 친해지고 어느새 이모 대하듯 수다스럽게 변했습니다. 사회STORY인으로의 전환점에서 1박 2일의 여행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는 딸아이의 말에 저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엄마로, 인생 선배로 딸과 함께 한 여행은 저에게 커다란 기쁨과 의미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저는 대전MBC 여성명산기행을 통해 13년째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불편하지는 않은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항상 살피느라 애쓰시는 행사 담당 이광원 국장님, 그리고 산대장 가이드님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해 저희처럼 삶의 즐거움을 느끼시길 바라며, ‘대전MBC 여성명산기행’이 앞으로도 멋진 행사로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송기선 | 대전MBC 특집 여성명산기행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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