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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의 고독한 싸움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 5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69일간 대한민국 전체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메르스. 69일간 확진 총 186명 가운데 치료 중인 환자 8명(4.3%), 사망 36명(19.4%), 퇴원 142명(76.3%)으로 7월 4일 이후 현재 단 한 명의 치료자만 남아 ‘메르스 종식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 두 달여간 죽음의 공포에 갇혀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었던 우리는 혹여 그 바이러스의 재앙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대전MBC 창사 특별기획 휴먼 다큐멘터리 <그 날 이후>를 통해 그때의 고독한 가슴앓이를 잊을 수 없는 메르스 확진자들의 일상을 만나본다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출발부터 난항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제작진이 메르스를 겪은 확진자들을 만나기 위해 연락을 취하는 것부터 ‘죄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도 ‘억울’한데 세상과 단절된 격리병동의 고독한 방에서 죽음의 공포와 홀로 싸워야 했던 ‘그들’이다. 세상과 단절됐다는 답답함보다 ‘그들’을 더 힘겹게 했던 것은 세상의 냉정한 시선. 마치 주홍글씨라도 새긴 양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메르스 감염자들을 지독한 가슴앓이 속으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 이제 겨우 평온을 찾았다는 메르스 확진자들은 다시금 ‘그 날’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다. 때문에 연락을 취한 제작진에게 돌아온 건 ‘이제와서...뭘’ 이라며 그 때의 아픔을 토로하는 차가운 거절이었다.

 


제작진이 연락했던 메르스 확진자 중 한 명의 말이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메르스 확진 판정 받았을 때 세상이 날 버렸어요. 억울한 심정 혼자 끌어 안고 있던 그 때 날 좀 찾아주지...그 때처럼 그냥 날 내버려두세요.”
제작진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와서” 라는 사죄뿐이었다.

 


메르스가 끝났다고요? 우리는 아직도 아픕니다!
우리는 메르스 종식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벌써 잊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 날’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팠기’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아프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메르스로 고통을 겪은 것은 확진자 뿐만이 아니었다.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한 의료진, 돌봐준 간병인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 모두 ‘메르스 확진자’처럼 세상과 격리됐다. 심지어 한 확진자의 손녀는 ‘할머니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3일간 결석을 해야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은 손님이 끊겨 결국 점포를 정리했다. 아이 셋을 둔 아빠이자 가장인 그가 메르스에 감염된 결과는 비참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더 찢어지게 아팠던 ‘그 들’이 완치된 지금에도 마치 바이러스 보균자처럼 ‘메르스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이유다. 우리는 ‘끝’을 기다리지만 제작진이 만난 ‘그들’의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독한 전사들,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한 <그 날 이후>
제작진이 당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이들에게 연락을 취한 기간만도 한 달. 우리지역에서 메르스로부터 ‘살아남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연락을 취했다. 비록 대다수가 방송출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속마음을 알기에 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그 마음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취지가 분명해지고 더욱 절실해졌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만난 이들은 실로 용감했다. 메르스 확진자를 살리겠다고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간호사, 자신의 환자가 아닌데도 딱한 마음에 머리를 감겨주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간병인, 병원 예방차원에서 자가 격리됐던 새내기 의사까지. 메르스와의 전투에서 세상이 ‘그들’을 멀리 할 때 자신보다 ‘그들’을 먼저 생각하며 다가선 따뜻한 전사들이었다. 제작진은 ‘특별한 날’이 아닌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세상과 격리되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지금은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직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그 날 이후>에 진솔하게 담고자 노력했다.

 


보다 ‘따뜻한 시선’을 가진 우리가 되길
<그 날 이후>의 출연진은 사회적 위치를 떠나 메르스와 용감하게 싸운 ‘사람’ 들이다. 한 가정의 아내고, 어머니고, 딸이다. 제작진은 방송에 출연한 그들을 일종의 ‘메르스 리스트’로 폄하하지 않길 바란다.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가 또 다시 찾아오더라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을 통해 ‘그들’을 만나본다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제작진이 메르스 확진자들에게 뜻을 전할 수 있도록 힘써준 병원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