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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2015 한화이글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취재기(一球二無)

 

 대전MBC에서는 지난 한 달여간 이뤄진 한화이글스의 마무리 캠프를 오키나와 현지 취재로 5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뜨거웠던 2015시즌을 반추하기에는 짧은 3박 4일간의 여정, 게다가 프리미어12 차출과 FA 계약을 앞둔 선수 등이 빠져있어 관심은 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에는 늘 화제의 중심인 야신 김성근 감독이 있지 않았던가? 부임 첫해, 특유의 쉽게 지지 않는 야구를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에 불을 붙인 점을 되돌아보면, 2016 시즌을 위해 일찌감치 땀을 흘릴 미생 선수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지난해 ‘꼴찌의 반격’으로 다뤄졌던 마무리 캠프가 두 번째인 올해는 ‘불꽃 한화, 투혼의 이글스’로 그렇게 시작됐다.

 

 

한 분야의 거장을 만나는 일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심지어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성근 감독 아니던가? 올 시즌 한화의 144 경기를 전부는 못 봤어도 하이라이트로라도 대부분 챙겨봤지만, 현장 취재를 거의 못했기에 약간의 준비가 더 필요했다. 부랴부랴 김 감독에 대한 책을 구해 오키나와행 비행기에서 읽었다. 두 권의 책에서 김 감독에게 던질 질문의 윤곽이 그려졌다. 물론 그 즈음 가장 화제였던 프리미어12에서의 정근우, 이용규의 활약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뻘인 분과 세대를 넘어 야구라는 공통화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김 감독이 책에 언급한 것처럼 훈련에서 ‘발견의 순간’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질 때쯤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오키나와는 1년 내내 20도 정도의 초여름 날씨를 유지해 야구 전지훈련장으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일본팀은 물론 국내프로팀도 전지훈련지로 애용하다 보니 연습게임도 수월하다.

 

한화는 2년 전부터 고친다(한자로 東風平) 구장을 쓰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그 이름은 참 재밌다. 아마 대전에서 공주시립야구장 정도의 거리로 경기장 인근에는 환영 플래카드도 걸려 있는 약간은 시골스런 분위기다. 화산재 성분의 검은 흙은 여전히 새까맸고, 햇살은 따가워 금세 얼굴색도 벌겋게 타오른다. 게다가 특유의 검은 흙 때문에 유니폼이 더렵혀져 더 열심히 한 것 같은 부수적인 효과도 분명 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의 악명 높은 지옥훈련은 올해는 한 템포 쉬어가는 중이었다. 그저 배트를 들고 오가기만 할뿐 낯설게도 코치와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 중이었다. 김 감독은 연습에 대해 터치를 전혀 안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개개인의 의식개조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깨우치는 모습은 임시 주장인 허도환이 저녁을 굶는지 살이 쪽 빠진 것 등을 빼고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 스프링 캠프에서는 본래의 훈련이 시작될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대신 일본 코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수, 포수 코치들로 통역이 있었지만 짧은 한국어로나마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포수 코치는 불펜에서는 좋은 공을 갖고 있는데 마운드에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투수들이 많다며 그 해법을 오히려 포수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스포츠지 기자는 이를 두고 “역대 수많은 불펜 선동렬들이 있었다”는 말로 동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김성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야구, 그중에서도 한화이글스만을 전담으로 하는 스포츠지나 인터넷언론 만큼 다가가진 못했지만 단 하나의 느낌만큼은 같았지 않았나 싶다. 야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별명 그대로 신의 경지, 야신이지 않을까 싶다.


취재가 끝난 직후 한화는 FA 김태균, 조인성과 재계약하고, 괴물투수 로저스에 이어 SK의 정우람, 롯데의 심수창을 영입하며 한마디로 집토끼, 산토끼까지 다 잡았다. 또 2차 드래프트로 선수들도 차곡차곡 모으며 또 한 번 뜨거운 스토브 리그를 보냈다. 물론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강속구 투수들을 잃은 건 아쉽다. 하지만 방향성은 하나인 듯싶다. 一球二無. 김 감독의 좌우명 그대로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과연 한화는 내년에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까? 야구향이 스멀스멀 퍼질 봄이 더 기다려진다.

 

이교선 기자 | 보도국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