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가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더니 오늘 불어 온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날립니다. 그제까지 울긋불긋 풍성하고 화려한 가을을 만끽했다면 이젠 추억으로 고이 접어 책갈피에 간직하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길에 날리는 낙엽을 보며,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샹송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이브 몽땅(1921-1991)이 부른 ‘고엽’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쎄뛴느샹송 끼누헤쌍블르 ….” 가슴에 찬바람이 느껴지려는 계절에 대전MBC 예쁜엽서전시회를 보며 따뜻한 감성을 채웠습니다.
차원을 넘나드는 예쁜엽서 작품들
재작년, 작년에 성황을 이뤘던 예쁜엽서전시회는 올해도 열렸는데, 2017년 수상 작품이 11월 8일, 드디어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한창 뜨거웠던 계절부터 시작해 9월 18일까지 응모 마감했는데, 특별한 자격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작품응모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응모한 분들은 모두 열심히 엽서작품을 만들고 얼마나 기대하며 결과를 기다렸을지 상상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발표했는데, 대상부터 입선까지 모두 24명이 상을 받았습니다. 네 분의 심사위원이 위촉되어 응모된 작품을 심사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역임한 분과 대전MBC의 작가, 서양화가와 공예작가까지 참여한 심사위원은 각 분야에 걸쳐 다각도로 심사했다고 합니다.
진짜 엽서를 우편으로 보내던 세대는 ‘엽서’라고 하면 머릿속으로 손바닥만 한 2차원의 진짜 엽서만 떠오릅니다. 그 선입견을 깨뜨리는 것이 매우 힘든데 그런 선입견이 없는 세대는 훨씬 다양한 엽서를 생각해냅니다. 엽서라고는 하지만, 요즘 엽서전시회는 2차원에서 3차원까지 차원을 넘나드는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현장에서 작품으로 확인하기 바랍니다.
우편엽서로 음악을 신청하던 시절의 예쁜엽서
예전에 라디오 방송국에 음악을 신청해 듣던 시절에는 진짜 우편엽서를 사용했습니다. 인터넷도 없고 7080 세대인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한밤중에 라디오 심야음악방송에 귀기울이는 것뿐이었기 때문에 엽서 음악신청이 방송국으로 쏟아져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그 많은 엽서 사이에서 선정되려면 독특한 디자인으로 장식해야 했습니다. DJ와 PD의 눈에 들어오도록 실력을 총동원하며 2차원 엽서를 꾸몄던 시절입니다.
음악신청 엽서가 점점 작품성이 높아지니 그것을 선별해 예쁜엽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거의 40년 전으로 생각됩니다. 당시 예쁜엽서 전시를 보러가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다른 사람들의 창의력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법이지만 자연스럽고 자발적으로 청소년들이 창의력을 키우기에는 훌륭한 방법이었습니다. 항상 뭔가 조금 부족한 것이 더 문명을 발전시키는 법이니까요.
감성을 채우는 다양한 내용의 예쁜엽서
예쁜엽서전시회에서는 작품을 훑고 지나가지 말고 내용을 함께 보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 작품 앞에서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확인해보니 역시 대상 작품이었습니다. 두 아들을 키우는 중년의 엄마가 만든 예쁜엽서인데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네모틀의 엽서에 말린꽃을 붙이고 캘리그라피 실력을 유감없이 활용해 멋진 글씨로 좋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편지 사연을 읽어보니, 글귀에 담긴 의미가 훨씬
깊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초등학생 때 뇌종양이 발견돼 아직도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냈고, 지금은 고등학생이라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로서 자신의 마음을 다지는 글, 아들을 격려하는 글을 담은 엽서였던 것입니다. 자식을 둔 부모는 모두 그 마음을 압니다. 편지를 읽으며 함께 가슴이 미어지고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전시 첫날이라 관람객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초등학교와 미술학원생들이 함께 작업하여 보낸 작품도 참 따스했습니다. 한 반 초등생들이 작업해 담임선생님이 응모했는데 개구쟁이들의 즐거운 수업시간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울리고 웃기는 감성충만 예쁜엽서전시회는 11월 15일까지 대전MBC 1층 특별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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