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일반인과 함께 커나가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아트센터를 연 지가 6년째다. 두 아이를 낳고 늦게 서양미술사를 공부했다. 그럼에도 졸업하자마자 시작한 서양미술사 강의는 성공적이었다. 대학과 일반인 강의를 통해 많은 즐거움을 나눴고, 보람은 물론 학생들과 일반인의 사랑도 흠뻑 받았다. 강의가 인기를 얻게 되자 그동안 꿈꾸었던 교육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련한 공간이 바로 갤러리와 미술사 교육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이렇게 부푼 꿈으로 갤러리와 아카데미가 시작되었다. 강의는 자신이 있었지만 사업은 해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기에 현실로 다가오면서 모든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알고 보니 행복한 놀이터는 고단한 사업장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벽에는 작품들이 걸려 있고,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깨끗하고 밝은 조명 아래 직원은 예의 있고 얌전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 주변 사람들은 무척 여유로운 공간에서 그림과 사람들에 둘러싸인 나를 보며 부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물 위의 백조처럼 우리는 밤낮없이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막노동 수준의 일을 해야 했고, 관장인 나는 80평에 달하는 공간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그토록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초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아니었다. 방향전환이 필요했다. 작은 힘이나마 내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지 않았던가. 과감하게 전시는 작가 지원전으로, 강의는 무료강좌로 콘셉트를 정하고는 곧 실행에 옮겼다.
우선 대전 지역의 회화, 조각, 공예 작가를 대상으로 기획전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진작가를 위한 발굴지원전에 온 힘을 쏟았다. 그래서 탄생된 전시가 <이 작가를 주목하라 – 헤드라이트> 展으로, 개인 갤러리의 개념을 뛰어넘어 공적인 역할까지 수행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지역 문화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헤드라이트> 展의 작가는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한 작가들 중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은 유망 기대주들이 참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업작가의 삶이 만만치가 않기에 능력 있는 작가라 할지라도 대학 문을 나서면서 갈등을 한다. 자신의 작품이 대중을 통해 심판 받기에 예술은 관람객에게 맞추기보다는 관람객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흔들리는 것이다. 나는 이 기간에 그들의 힘이 되어주고자 했다. <이 작가를 주목하라 – 헤드라이트> 展은 3년 연속 지원하는 전시회다. 3년을 고집하는 이유는 적어도 3년을 함께 전시하고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한다면 작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굳은 결심으로 바뀔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와 함께 미술애호가와 앞으로 애호가가 될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여겼다. 컬렉터는 경제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림을 보는 안목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력이 있어도 예술과 거리가 먼 분야에 종사하던 분들은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도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훌륭한 컬렉터가 되려면 다양한 교육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무료강좌를 열었다.
격주로 열리는 무료강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그림으로 문화사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시대별로 예술가와 그 시대를 움직였던 후원자, 그리고 전반적인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문화의 힘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림을 사고파는 갤러리의 본성은 나와는 잘 맞지가 않았다. 대신 미술과 문화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진정 신이 주신 선물임을 갈수록 절실히 느낀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보다아트센터 관장 정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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