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의 연속인 뉴스PD 24시
뉴스 생방송을 진행한 지 어언 6개월이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반년 가까운 시간을 버텼나 싶기도 하다. 초반에 업무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못 견디겠다고 생각한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입사하고 나서 한 달 이상은 받아야 할 교육을 2주도 채 못 받고 실전을 겪었다. 초반에는 순조로운 편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뻥뻥! 작은 사고들이 나기 시작했다.
PD 본인이 실수의 원인이 아니라 해도 사고를 왜 막지 못했는지, 왜 사전에 그림이나 자막이 틀린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어쨌든 사고가 났더라도 그 순간 왜 최소한으로 줄이지 못했는지 하는 책임은 결국 모두 PD의 소관이었다. 초반에 답답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변명할 수도 없었고, 사고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기에 다 듣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뉴스PD는 큐시트를 짜서 테이프가 완성될 때마다 자막 타이밍과 그림들을 개별 확인하고 중간 중간 사전녹화도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뉴스센터에서 기술감독들과 스태프들을 지휘해 뉴스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기사 원고에 맞춤법이나 시제들은 모두 맞게 되었겠지?’, ‘자막은 틀리지 않게 의뢰되었고, 또 그대로 작성이 되었겠지?’, ‘리포트는 원고대로 잘 편집되어 준비되어 있겠지?’ 하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엉뚱한 자막이 의뢰되어 그대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고, 사람이 직접 타자로 치다보니 오타도 있을 수 있으며, 어떤 때는 사전에 제작되어 있어야 할 리포트 테이프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설마 이런 실수가 있을까 싶은 것도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생방송이기 때문에 이제는 사소한 것도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하고, 그렇게 두 번, 세 번 본 것도 사고 없이 방송하기 위해 생방송 전까지 확인에 확인을 거친다.
물론 이러한 모든 사고는 절대 누군가가 나태해서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인지라 계속 같은 작업물을 보다 보면 틀린 것이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PD가 그만큼 다른 시선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 실수가 덜하다는 것이다. 이런 실수들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스트레스가 매일 말도 못하게 심했다. 생방송 전 이런 틀린 것들을 내 손으로 고칠 때 또한 심장은 내려앉았다. ‘이런 큰 실수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송에 나갔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 때문에 ….
여러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PD는 생방송 전까지 거의 쉴 새 없이 늘 분주하고 바쁘게 보도국과 뉴스센터, 편집실을 오가야 한다. 이렇게 뛰어서 틀린 구석을 발견하고 바꿔 놓을 때가 아주 많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고 큰 책임이 따르기에 버거움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스태프 선배들마다 같은 콜에도 확연히 다른 진행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판단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대선배들이기에 방송마다 내가 개개인 스타일에 맞춰서 콜 타이밍을 보고 콜을 주었다. 매일이 심장 떨리는 일의 연속이었다.
매일매일 좋은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책임감으로
뉴스PD는 생방송이 가까워졌더라도 갑자기 들어오는 뉴스도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순발력과 판단력이 뛰어나야 한다. 부조정실에서 생방송으로 뉴스를 진행할 때에는 앵커는 물론 수많은 스태프에게 사인을 내려야 하는 만큼 신뢰감와 장악력 또한 있어야 한다. 앵커와 부감(위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며 찍는 장면) 등을 잡고 있는 스튜디오 카메라 화면을 비롯해 중계차의 현장 화면, 방송 준비 중인 기자의 화면, 비디오 파일 화면 등 10여 개에 이르는 모니터 소스를 한눈에 파악하고 APM(Auto Program Manager, 큐시트가 생방송 진행용으로 전환된 시스템)을 봐가며 실시간 콜사인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로컬 뉴스 진행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이처럼 뉴스 끝나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타이밍을 맞춰 서울 뉴스에 매끈하게 끼워 넣는 것인데, 이것이 계산해놓는다고 그에 맞는 법이 하루도 없다. 시간이 시시각각 바뀌고 그 바뀐 것을 우리 로컬 뉴스를 생방송으로 하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피디는 사실 콜을 하면서도 서울 방송도 함께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방송을 마치고 혼자 남겨진 뉴스센터와 보도국이란, 그렇게 외롭고 쓸쓸할 수가 없다. 뉴스가 끝나고도 많은 업무를 해야 하고, 아침방송을 준비해 놓아야 비로소 마음 편히 쉴 수가 있다. 남은 업무들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당직실에 들어가면 항상 새벽 4시가 다 되어 간신히 잠이 들고 한 시간 선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아침에는 5시에 일어나 날씨 녹화를 하고 아침뉴스를 진행했다.
생활패턴과 잠자리가 낯선 것은 솔직히 아직도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방송언론학 전공인 내가 졸업논문까지 언론의 영향력과 프레임에 관해 써놓고는 대학 졸업 후 점점 ‘돈이 되는’ 영상과 작품들을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에 약간의 자괴감을 느꼈다. 곧 뉴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보도국에서의 PD는 참으로 외롭지만 시청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때면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그만큼 매일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지금은 이곳에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닥쳤지만 최근까지도 현장에서 몰매 맞아가며 일했던 수많은 MBC의 기자들을 포함하여 모두가 함께 만들었던 이 뉴스가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 과정을 지켜볼 것이고 함께할 것이다. 모두가 지금보다 자부심을 갖고 이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끝으로 배꼽시계가 울리기도 전에 항상 뉴스를 밥심으로 해야 한다며 꼬박꼬박 PD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신영환 편집부장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심혜진 뉴스PD / 보도국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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