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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초반 5초, 강하게 빠르게 밀어붙이기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시청자는 수많은 CF와 영상을 보며 갈등한다. 머무를 것인가, 지나칠 것인가. 리모컨으로 손을 뻗기 전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가 화면에 나온다면 선택은 당연히 STAY. 머물게 할 PR 영상을 만드는 일. 이것이 박신형 사업부 제작 감독의 역할이다.


“PR로 대전MBC에서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문화 행사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관람이나 참여를 유도하는 영상으로 하는 마케팅이죠. 행사가 열리기 전에 나가야 하니 작년에 열렸던 같은 행사장의 영상을 편집해서 내보내요. 올해 열리는 행사 역시 잘 촬영해 놔야 내년 자료로 쓰이겠죠.”


PR 영상의 재생 시간은 평균 40초. 숨 안 쉬고 제작하면 2시간, 숨 쉬며 제작하면 48시간 안쪽으로 1편을 완성한다. 지난 26~27일 동안 약 6만여 명이 다녀간 견우직녀축제의 PR 영상물을 보여주며 ‘PR 덕분에 관람객이 몰렸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그래도 일조는 하지 않았을까요’라며 웃는다. 영상은 작년보다 프레임의 변화가 빨라졌고 배경 음악의 비트도 빠르다.


“음악 선곡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에요. 영상을 찍으러 현장에 나갔을 때나 편집할 때, ‘이거다’ 싶은 음악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울리는 음악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제가 아예 만들어 볼까도 싶어 요즘은 작곡 쪽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늘 시간과 싸우는 일이다 보니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습관이 됐다. 현장 사진을 좀 더 스마트하게 찍고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장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였다. 마감이 몰리는 기간에는 이틀에 한 번 퇴근하는 것도 시간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나. 박 감독이 정의하는 박신형은 ‘게으르고 관심 밖에 있는 일은 무신경한’ 사람이다. 본인이 만든 영상도 이제야 봐 줄 만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며 가차 없이 평가한다.


“처음 PR을 만들며 나름 연습했던 방법이 잘 만든 영상을 따라 해 보는 거였어요. ‘저 수준까지 만들어보자’가 제 목표였는데 초기엔 형편없었어요. 지금 보라면 ‘더럽게 못 만들었다’며 꺼버릴 정도였죠. 지금은 적어도 그런 말은 안 나오니까 나름 만족합니다. 작곡은 정말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딱 맞는 음악이 안 나오면 작업이 진행이 안 돼서 제가 불편하거든요.”


음표 몇 개 그려서 완성되는 것도 아닐 텐데, 작곡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발명가들도 뭔가 불편해서 발명하는 거라며 영상 편집도 자신의 전공이 아니었다고. 관심 있고 흥미 있어 공부하다 보니 어느 날 영상 편집이 직업이 됐다고 덧붙인다.


관심의 카테고리 안에 속한 것에만 천재성을 발휘하는 세상 무관심한 사람. 그래서 박 감독 앞에 붙여 사람들이 말한다는 수식어를 들이밀자 고개를 젓는다.


“제가 생각하는 편집은 얼마나 잘 속이느냐의 기술이에요. 일종의 사기죠. 잘 가리고 속이기. 가능한 영상 시작 후 5초간은 눈을 못 떼게. 여기에 강렬한 청각 효과로 시너지를 주는 거죠.”


박 감독의 편집이라면 어쩌면 갑천에서 퍼 온 물도 바티칸 성수로 속일 수 있을 것 같다. 편집의 마술사, 아니 편집은 잘 속이는 기술이라는 박신형 감독이 직접 만든 음악과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