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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을 느끼며 별빛 아래 감상한 제4회 보문산 숲속의 열린음악회

8월 말에 열린 <보문산 숲속의 열린음악회>를 보셨나요? 보문산 자락의 숲속공연장에서 열렸는데, 한밤중에 하는 공연인데도 수천 명의 시민이 열린음악회를 보러보문산으로 향했지요. 아마 단 시간 동안 보문산에 가장 많은 시민이 모이는 때가 바로 이 열린음악회가 열리는 8월 말일 것입니다. 보문산 숲속의 열린음악회는 여름의 끝자락, 피부에 닿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하는 계절에 개막합니다. 사흘 동안 다양한 음악회를 네 차례로 기획하여 무대에 올렸는데, 개막 첫날 <보문산 숲속의 열린음악회>를 보러 갔습니다.


보문산 숲속의 열린음악회의 포문을 연 해군군악대

숲속의 열린음악회는 해군의장대의 퍼포먼스로 막을 열었습니다. 보무도 당당하게 절도 있는 걸음으로 발맞추며 중앙으로 행진하는 모습부터 관람객의 환호성을 받기에 충분했지요.


대충 세어보니 지휘관과 기수를 포함하여 30명 정도로 보였습니다. 4열 종대로 대열을 이루다가 원을 그려 돌기도 하고 다시 일렬로 늘어서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총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뺑뺑 돌리기도 하고 파도타기처럼 하늘로 던졌다 받기도 합니다. 또 총을 세웠다가 쓰러지기 전에 대원들만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공포탄을 ‘탕’ 발사하여 깜짝 놀라기도 했지요.


제일 앞자리에서 보았더니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까지 보였습니다. 실수 하나 없이 퍼포먼스를 펼치려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의장대의 퍼포먼스에 엄마미소를 지으며 격려하고 물개박수를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둘째 날 밤에 열린 세 번째 무대는 해군군악대가 주축이었다는데 그 무대도 장관이었을 것입니다.


열린음악회 본 무대를 달군 유명 주인공들

올해 숲속의 열린음악회를 수준 높게 만든 공연자는 물론 무대에서 연주를 한 모든 성악가와 연주자들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최대의 관심을 받은 연주자는 아마 영국에서 날아온 폴 포츠와 작년 팬텀싱어의 최강 바리톤 박상돈일 것입니다.


폴 포츠는 원조 대중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2007년 우승자였습니다. 당시, 초라한 외모에 치열도 엉망인 모습으로 직업이 휴대폰 외판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그런 그에게서 허를 찌르는 유명 오페라곡이 아름답게 울려 나왔지요. 첫 소절을 듣자마자 청중의 환호성을 받으며 결국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 후 10년 동안 음반도 내고 해외 공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다녀갔습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만들어질 정도였으니 인생역전이란 말은 그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소프라노 강혜정이나 최강 바리톤 박상돈과 같은 전문교육을 받은 음악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중의 입장에서는 ‘나와 같은 처지’인 일반인 폴 포츠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날 공연의 주인공도 만만찮은데, 남경주는 우리나라 뮤지컬을 키운 1세대 뮤지컬 가수이고, 80년대를 주름잡던 해바라기의 유익종, 듀엣 가수 소리새의 공연도 장년층 관중의 추억을 되새겼을 것입니다. 마지막 공연은 대전시립연정국악원과 함께 명랑하고 쾌활한 뮤지컬 배우 홍지민과 시각장애를 가진 재즈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등의 무대가 특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마친 숲속의 열린음악회

2시간 내내 무대에서 연주를 한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앙코르곡으로 신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이 행진곡은 주로 연주회 마무리에 흥겹게 연주되는데 대전시민들은 이 행진곡을 감상할 때 박수로 리듬을 타며 음아일체(音我一體)할정도였습니다.


첫 날 숲속의 열린음악회를 감상한 관중이 2,000명이 넘었다는 추산인데, 연주회가 끝나고 바닥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이 모두 질서 있게 퇴장했고, 어떤 혼잡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보문산 숲속공연장 입구에서 중구청역까지 5분 간격으로 밤 10시반까지 운행된 노란 셔틀버스 덕분에 모두 쉽게 귀가할 수 있었으니 더욱 안전한 음악회였습니다.


열린음악회를 기획하는 담당자는 이번 음악회 이후 고민이 커질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음악회에 참가하는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대전시민의 음악수준이 또 한 단계 성큼 올라갔을테니 말이죠.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