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 바둑 일인자인 중국의 커제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전 전패 후 눈물을 쏟으며 “알파고는 완전체에 가까워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1패의 빈틈을 보여줬던 알파고가 불과 1년여 만에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이제 인간과 알파고의 대국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니, 이세돌 9단은 바둑 대국에서 기계에 패배를 안겨준 최초이자 마지막 인간으로 기록될 듯하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방면에서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여기에 디지털 빅데이터 처리기술과 뇌과학의 발전이 더해져 인공지능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일본 혼다는 손님을 인지하여 반갑게 맞이하고 차를 접대하는 ‘아시모’를 개발했고,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는 사람을 꼭 닮은 얼굴과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피아’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요리 로봇, 화가 로봇, 골프 로봇, 로보-어드바이저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가 30년 이내에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 예측대로라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보다 더 정확한 발음과 명료한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 진행하는 뉴스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이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수억 개의 상황을 수집하여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가장 극적으로 반응하는 감정 패턴을 순식간에 파악해내 시청자들이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명장면을 매일같이 생산해 낼 것이다.
기억력, 정보 수집 및 처리 능력, 계산 능력, 운동 능력 등 기능 면에서는 인간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로봇과 동고동락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인간이 가진 불완전성을 고수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특성은 불확실성을 낳고 그 불확실성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든다. 인류는 오랜 시간 거듭해온 불완전함의 역사 속에서 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며 발전해왔다. 또한,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배려하고 보완하며 연대해왔기 때문에 더 큰 목표와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온기가 가득 담긴 사람 냄새를 유지하며 살자는 것이다.
필자는 대전MBC 시청자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여러 채널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많은 콘텐츠는 시대의 반영이자 사회의 축소판이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공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 냄새 가득 담긴 삶의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대전MBC가 시청자들 일상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공적인 책임에 앞장서는 매체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에서 모인 시청자위원들과 함께 힘을 보탤 생각이다.
KAIST 총장 신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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