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쯤, 썩은 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한다며 사진 한 장과 함께 제보가 왔다. 언뜻 들어도 꽤나 큰 문제였다. 하지만 제보자는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해결이 된 걸까, 마음이 바뀐 걸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든 연락이 오면 바로 취재하겠다고 마음먹고 책상에 ‘썩은 원료 제보’라는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제보자에게 연락이 왔다.
제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신송산업은 원료 보관용 제품 창고가 없어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원료 대부분을 실외에 야적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썩은 밀가루를 공정에 그대로 투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신송산업은 국내 유일의 밀가루 전분 제조업체인데, 이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묵, 과자 등 가공 식품을 먹은 국민 대부분이 불량 밀가루의 피해자였다. 정말 큰 문제였다.
문제는 컸지만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용기 낸 제보자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동시에 ‘팩트 체크’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와 논산시 보건소의 현장 조사에 동행했고 공장장 등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30분 남짓 진행된 형식적 조사 동행과 ‘원칙적으로 떼어내지만 직원들의 부주의로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공장장의 애매한 대답 속에서 확신을 갖긴 어려웠다.
그렇게 기사 쓰기를 약 2주간 미뤄왔다. 의혹 제기 정도로 마무리 하려던 차에 논산시 보건소에서 이첩받은 국민권익위원회의 문서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대에 곰팡이 등이 생긴 밀가루를 공장 내부에 적재하고 생산 공정에 투입된 사실이 있음을 인정.’ 이 한 문장으로 대전MBC의 썩은 밀가루 사태 보도는 시작될 수 있었다. 이어진 추가 취재와 잇따른 제보자들의 추가 증언을 통해 비로소 사태의 진실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썩은 밀가루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송산업은 제보자들을 압박하고 있고 이 압박 속에 제보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권익위원회 현장 조사 후 한 달이 넘게 지나는 동안 신송산업의 증거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조사가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안테나를 더 꼿꼿하게 세워둘 것이다.
조명아 기자 | 보도국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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