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오전 8시 대전MBC 4층 대회의실에서 조찬특강이 열렸다. ‘건축, 전통과 하이테크를 담다’란 주제로 2시간이 넘게 이어진 열띤 강연의 주인공은 류춘수 건축사(종합건축 ‘이공’ 회장).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 너머로 평생 건축사로 활동했던 그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류춘수 건축사는 1946년 경북 봉화에서 출생하여 한양대 건축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1986년까지 ‘공간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김수근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 1986년에는 이공(異空)건축을 세웠고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건축계의 거장이다.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 경기장은 그가 설계한 작품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다. 월드컵 경기장은 설계 입찰이 있었던 1998년 당시 국내 대형 건설회사가 모두 달라붙을 만큼 상징성이나 규모 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프로젝트였다. 현대, 삼성물산, 대림, 포스코 등 각 대기업이 대형 설계 업체를 선정해 입찰에 참여했던 이 프로젝트에서 이례적으로 당시 삼성그룹 내에서도 말단 계열사였던 삼성엔지니어링과 류춘수의 이공 건축이 수주를 따냈다.
“처음 경기장을 설계했을 때는 관람석을 원형으로 할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리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보다가 방패연을 본 것이죠. 이거다 싶었죠. 그동안 했던 설계를 다 백지화하고 경기장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한 뒤 가운데 둥근 구멍을 넣었습니다. 주변은 방패연의 살이 한지를 잡아당기는 느낌으로 처리했고요.”
2001년 11월 개장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소반, 방패연, 황포돛배의 의미로 이뤄진 건축물이다. 방패연을 연상시키는 곡선의 지붕과 한지 색상이 어우러진 한국적인 경기장은 지금도 세계 각국에 자랑하는 명소가 되었다.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의 설악산 ‘한계령 휴게소’는 해발 1004m의 한계령 정상에 있는 건물로 1979년 ‘공간 건축’에서 일할 당시 맡은 프로젝트다. 건물 정면의 외관을 보면 마치 모자를 푹 눌러쓴 것처럼 지붕이 아래쪽으로 깊게 내려와 있다. 이 때문에 멀리서 바라보면 휴게소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산의 품에 안긴 듯한 인상의 이 건물은 40도를 넘는 경사에 맞게 건물 기둥의 길이를 모두 달리했다. 또 눈과 비가 수시로 들이치는 자연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 단순 목재가 아니라 철골과 목재의 합성구조로 건물을 세웠다. 한계령 휴게소로 1983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수시중처(隋時中處), Fit for given context time& place”. 문화, 역사, 풍토, 예산, 건축주, 시공기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건, 즉 서로 상충하는 컨텍스트(context)의 현명한 조합을 통해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건축사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자연과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그이기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할 새로운 건축물이 기다려진다
류춘수 건축사 주요 건축설계 작품 및 수상
-1988년 시드니 Quaternario 국제건축상 금상
(올림픽체조경기장)
-1992년 국제 현상설계 당선(중국 해남시의 868타워)
-2008년 미국 건축가협회에서 외국인 건축가 중에
가장 뛰어난 인물에게 수여하는 명예건축가
(Honorary Fellow of AIA)로 선정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 뿐만 아니라 부산사직야구장,
말레이시아 사라와크 주경기장 등을 설계해 스포츠
건축 설계에서 최고 권위자 중 한사람으로 평가
-주요 작품: 상암 월드컵 경기장, 한계령 휴게소,
지하철 경복궁역사, 리츠칼튼 호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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