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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토크 콘서트, 지난 3일 대전MBC 공개홀서 열려

 2015년, ‘쎄시봉 친구들’ 공연으로 전국을 누비던 가수 조영남이 지난 3일 대전MBC 공개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물레방아 인생>, <제비>, <딜라일라> 등 자신의 대표곡과 숨은 명곡, 그에 얽힌 이야기로 무대를 꾸몄다.


#대체불가 #괴짜 천재 #복고교복
일사후퇴 때 피난 내려와 살다 정든 곳 두메나 산골
태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나를 키워준 고향 충청도
< 내 고향 충청도 中>

 

콘서트 시작과 함께 조영남은 자신이 충청도 사람이라 소개한다. 고향은 아니지만 살다 정든 곳이라 그 애정으로 <삽다리>란 곡을 만들었다며 내친김에 초등학교 교가도 불러 보인다. 도움닫기 없이 높이뛰기를 하는 선수처럼, 심드렁하게 부르는 교가이건만 스피커가 찢어질 듯 공개홀이 울린다. 올해 일흔을 넘긴 가수의 목소리엔 어떤 기교도, 성량의 한계도 없다. 대신 타고난 자만 가질 수 있는 풍성한 음색의 여유로움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조영남 콘서트를 와 본 사람은 다 안다. ‘노래를 갖고 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노래 실력에 버금가는 입담은 또 어떠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답게 눈치 안 보는 그의 토크는 그만이 주는 재미가 있다. 콘서트 내내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라며 임세혁 아나운서를 괴롭히고(?) 예측불허인 무대 퍼포먼스로 방송 스태프들은 진땀을 꽤나 흘렸더랬다. 그러나 그럴수록 객석의 박수 소리는 더욱 커지고 관객은 열광했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복고교복처럼, 조영남은 자작곡에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관객을 추억 속으로 회귀시킨다. 대체불가 조영남, 괴짜 천재라 불리는 이 가수의 진정한 매력은 콘서트 현장에서 폭발한다.

 

 

 

웃다 죽다, 조영남
자신이 지은 묘비명이란다. 묘비명도 그답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은 모두 저지르고(?) 살았던 덕에 버킷리스트도 없단다. 다만 자신의 대표곡을 <화개장터>보다 <모란동백>으로 대중이 기억하길 바란다고. 이유를 묻자 웃음부터 터트리고 답을 한다.


“가수들은 죽으면 ‘가수장’으로 영결식을 해요. 후배 가수들이 고인의 히트곡을 부르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죽으면 <화개장터>를 부를 거 아니에요? 내 관 앞에서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이럴 거란 말이지(웃음), 웃지도 못하고 괴로울 거 아냐. 그래서 내가 죽으면 <모란동백>을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묘비명은 ‘웃다 죽다, 조영남’으로 새기라 했죠.”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 모란동백 中 >

 

 

 

 

조영남이 부르는 <모란동백>은 유유히 헤엄치는 심해어처럼 묵직하고 슬프다. 평생을 살아도 ‘사랑만큼 좋은 것은 없더라’며 그래서 사랑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그의 고백처럼 그의 노래엔 사람이, 사랑이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져 있다. 콘서트 내내 객석과 무대를 오가며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열정은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사랑꾼의 정열에서 기인했으리라. 유쾌하고 엉뚱한, 그러나 정 많은 이 남자가 이토록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사랑 없이 못 사는 조영남의 콘서트는 오는 17일(목) 오후 11시부터 중계될 예정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딜라일라> 음원을 다운 받았다는 어느 관객의 후기처럼 놓치면 후회할 명곡으로 가득하다.


이외 우정 출연한 왁스와 성악가 임철호의 무대, 그리고 깜짝 출연한 큐레이터 신정아가 들려주는 화가 조영남의 작품 세계와 그에 얽힌 이야기도 전파를 탈 예정이다.

 

조영남 토크 콘서트
방송 : 12월 17일(목) 오후 11시 10분 / 연출 : 이재우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