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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민의 새로운 문화공간, '대전역전지하상가 트레일존'
대전MBC
2017. 12. 15. 13:37
서민의 경제 활동과 삶이 가장 활발한 곳, 바로 ‘역전 앞’ 시장입니다. 대전역 앞의 역전시장 ‘원동시장’은 여전히 대전의 대표적 인 전통시장, 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땅 위뿐만 아니라 지금은 땅속 시장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그곳이 역전지하상가입니다. 최근 도시철도 대전역의 지하 1층과 연결되어 있는 역전지하상가에 작은 무대가 새로 생겨 바쁘게 오가 는 지친 시민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대전역전지하상가의 새이름, 트레일존
대전역전지하상가라고 하면 이름만 들어도 ‘대전역 앞의 지하
에 있는 상가구나’라며 금방 추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뭔가 구시대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1981년에 준공되어 벌
써 36년이 지났고, ‘지하도에 있는 상가’라는 명칭은 개성이 드
러나지 않습니다. 그런 고민을 풀어보려고 36년 만에 개명을
시도했는데, 외국어를 차용해 상가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대전역전지하상가의 새 이름은 ‘트레일존’입니다. ‘트렌드를
쇼핑하는 역전지하상가 트레일존’이라는 의미로, 트렌드와 레일을 묶어 ‘트레일’이 됐다고 합니다. ‘외국어가 아니면 어땠을
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에는 이미 주변의 많은 곳에서 외국
어 사용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런데 ‘트레일존’은 어감도 괜
찮고 상가의 개성도 살리면서 발음할 때 입에 감기는 맛이 작
명을 꽤 잘한 것 같습니다. 기존의 역전지하시장이 특별한 브랜드 이름이 없이 각자 백인백색을 띄고 있었다면, 앞으로는트레일존이라는 이름 아래 그 성격을 하나로 잘 드러낼 것으
로 생각됩니다.
트레일존의 로고도 새롭게 디자인했는데, ‘칙칙폭폭’ 기관차
도안으로 상가의 역사를 드러내고, 굴뚝으로는 탁한 연기가
아니라 예쁜 색깔의 풍선 같은 연기가 나오는 귀여운 로고입
니다. 기차 모양 로고도 역전지하상가의 이미지를 잘 살린 것
으로 보이는데, 알록달록한 풍선 연기는 기차역 부근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다채로운 쇼핑으로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트레일존의 문화공간, ‘트레일존 마당’
트레일존은 도시철도 대전역 지하층에서부터 연결돼 대전천
의 목척교까지 이어집니다. 지난 달 23일, 목척교로 나가기 전
막다른 곳에 작은 무대를 설치하고 시민 문화공간을 만들었
습니다. 이곳이 바로 ‘트레일존 마당’입니다. 트레일존 마당에는 착한 가격의 건강카페 11호점이 들어왔고 화면으로 보는 가
상의 3D 피팅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상가 운영자들과 오가
는 시민을 위해 기본 건강을 체크하는 인바디도 설치했습니다.
트레일존 마당을 개장하면서 공연 한마당도 열었는데, 11월
23일부터 시작해 1월 27일까지 목·금·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
까지, 한 시간 동안 공연이 진행됩니다. 대학생 버스커의 버스
킹, 대중가요, 7080통기타, 마술, 색소폰 앙상블 등의 공연과
IT공연기획의 모바일 음악카페가 돌아가며 열리고 있습니다.
마침 방문한 토요일에는 7080통기타 공연과 대학생 버스커의
버스킹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트레일존의 공연은 중소벤처
기업부가 주최하고 대전광역시, 트레일존(대전역전지하상가),
대전MBC 등이 주관하는데, ‘놀이광대(대표 윤복중)’에서 프
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윤복중 대표 자신도 7080통기타 공연
을 하는 가수로, 이날 직접 노래를 했는데 서민들과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며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화면에 가사를 띄우고 기타를 치며 공연했습니다.
이어 등장한 한밭대학교의 남녀 버스커는 예의바르고 노래
잘하는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청중의 대다수인 어르
신들을 생각해 선곡에 신중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광진의 ‘편지’, 장윤정의 ‘초혼’,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선희의 ‘인연’, 그리고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를
번갈아 불렀습니다. 끝으로 남학생은 뮤지컬에 관심 있다며
바리톤 고성현의 ‘시간에 기대어’를 열창했습니다.
곡명만 들어도 모두 주옥같은 곡이라 트레일존 마당에서 라이
브 음악을 감상하는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주에
하는 모바일 음악카페는 현장에서 전화로 음악을 신청하면
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런 문화공연이 곳곳
에서 서민들의, 시민들의 지친 삶 속에 녹아들며 작은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