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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권력자 ‘언론’

대전MBC 2017. 12. 8. 15:44

인생의 가을에 서서 올해의 마지막 단풍을 찾아 주말에 이곳 저곳을 다녀보았다. 최근 들어 봄이라는 계절보다는 가을을 더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앞보다 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 더 정답게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회상은 아닐진대 …. 몇 개월 전, 3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갔던 친구를 만나기 위 해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대학 졸업 후에 해군사관학교 교수일 때 만나고 못 만났으니 30년도 훌쩍 넘긴 시간들이다. 광 화문에서 만나 재수시절 하숙집을 찾아 사직동 언덕길을 올라 가보니 집은 그대로인데, 그 시절 그 집 사람들은 없었다. 그 집의 주인은 신문사를 퇴직한 기자 출신으로 꼿꼿하고 조용한 성격의 엘리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젊은 재수생, 법대를 지망하던 나에게는 꿈도, 희망도, 하고픈 일도 많았다. 법조인, 언론인, 공무원, 교수, 문학도 등 너무 많아서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기자라는 직업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기자는 사회를 자로 재는 재단사이면서도 사회를 알리고, 사회를 이끄는 직업이 아니겠는가? 사회의 현실과 문 제를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사회의 양지와 음지를 밝혀내고 전 국민에게 사실을 전파하고, 나아가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 고 선도하는, 이른바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3부(입법, 사법, 행 정) 밖에서 작동하는 제4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 MBC는 대학가요제로 다가왔다. 젊은이들의 향연! 전 국의 모든 대학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1977년 제1회 로 시작하여 2012년까지 수많은 젊음을 잉태했다. 샌드페블 즈의 ‘나어떡해(1977)’로부터,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1978)’, 김학래·임철우의 ‘내가(1979)’, 이범용·함명훈의 ‘꿈 의 대화(1980)’,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1985)’ 등의 노래 들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기타와 카세트를 캠핑여행의 필수품 으로 만들었다.


반면에, 80년대 초의 대전MBC 앞길은 당시 대전에 있는 대학 생들의 데모 유턴코스였다. 대전 전역을 돌다 밤을 새워 데모 하기 위해 대학으로 돌아가다가, 또다시 데모를 시작하기 위 해 시내로 나아가던 데모 유턴장소였다. 방송국 앞이고 큰 대 로를 막고 있으니, 시민들에게 대학생들의 데모 사실을 알리 는 효과는 매우 컸다. 

이렇듯이 언론 방송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실들을 전 국민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사회를 진단하기도 하는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권력을 갖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 들에게 즐거움과 기쁨, 아련한 추억까지도 만들어 주고 있어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 이럴 때 국민들은 언론 방송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언론과 방송은 사회 현실을 알리는 기능 이외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권력자가 된다. 

여기에 방송과 언론이 정론(正論)이 되어야 하는 존재 가치 가 있다. “방송과 언론이 사회를 만들고 이끌어 간다”라면 지 나친 표현일까? MBC 대학가요제는 이 나라에 젊음을 잉태했 고, 언론과 방송이 주는 메시지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대로 사실인 것으로 인정해 왔다. 

이제 언론과 방송은 국민을 대상으로 이 사회가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를 밝혀주어야 한다. 그 길에 나의 대전MBC가 앞 장서 주기를 기대해 본다.

대전과학기술대 입학관리처장 / 이종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