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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정물들의 변종'
대전MBC
2017. 12. 1. 16:39
초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 오후, “길가의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 노래를 부르
며 ‘나의 미술관’으로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미술관이니
나의 미술관이자 대전시민 모두의 미술관입니다. 지금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는 ‘정물들의 변종
(Variants of Objects)’입니다. 이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올해 마무리 전시로 1전시실부터 4전시실까지 네
개의 전시실에서 모두 72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정물들의 변종
사진의 재발견과 재구성, 사진의 입체적인 의미
‘정물들의 변종’ 전시는 작가의 창의성을 여러 가지 매체로 신선하게 표현한 현대 시각예술 작품을 전시하는데, 모두 9명의 중견 작가가 참여합니다. 정물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 과 창의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데, 작품에 담긴 상상 이 상의 표현을 감상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 그림을 이용한 영상, 사진 설치작품, 도자기 설치작품, 현대적 표현의 정물 수묵채색화, 철사로 그 린 3차원 그림, 설탕 조각을 담은 사진 작품 등 흥미로운 작품이 많습니다.
대전 출신인 정광호 작가의 철사 작품은 형상인 듯, 허상인 듯 묘합니다. 구리철사로 공중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그 물맥만 남은 잎사귀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실체가 사라진 존 재입니다. 도자기 형상의 작품도 공기 외엔 아무것도 담을 수 없습니다.
도자기를 이용한 이인진 작가의 설치 작품도 신선했습니다. 성장기를 외국에서 보낸 작가의 도자기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유근택 작가의 한국화는 화려한 서양식 만찬장의 테이블을 종 이에 수묵채색으로 표현했습니다. 매우 현대적인 소재와 표현 법을 한국화에 적용해 의미를 확장한 것 같습니다.
송병집 작가는 이번에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는데, 그의 회화 작품 속 사물은 지진을 만난 듯 흔들립니다. 슬로우 모 션의 한 장면을 느리게 캡처한 것 같은데, 작가는 ‘생명을 회복 하려는 정물의 몸부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래전 서울의 한 전시장에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화 속의 장면이 움직이
고 계절이 변하는 등 재미있는 상상이 가득해 마치 해리포터 소
설 속 마술그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서양의
정물화를 소재로 꽃의 영고성쇠, 흥망성쇠를 보여줍니다. 변이
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감상해야 작품의 진면
목을 볼 수 있고 단편소설 읽듯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을 만나
게 됩니다.
권오상 작가의 작품도 역시 서울 전시에서 감탄을 하며 본 적이
있습니다. 전시장에 사람이 여러 명 서있는데 사진을 붙인 실물
크기의 조각 작품이었습니다. 사진을 3차원 입체로 만든 작품
을 보고 그 작가의 이름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사물의 사진을
콜라주해서 입체 조형물을 구성하고 그것을 다시 2차원 사진에
담으며 차원을 넘나드는 사진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구성연 작가의 사진 작품도 설탕으로 3차원 작품을 만들어 2차
원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습이 설탕으로
녹여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녹아버리는 세상 을 촬영했는데 작품 속의 의미가 상당한 무게감을 줍니다. 대충
보면서 지나면 황금빛 유화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황순일 작가의 너무나 섬세한 리얼리티 회화는 마치 얕은 심도
로 촬영한 접사 사진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림에 담긴 사
진 같은 과일은 너무나 생생해서 접근하기 힘든 미인을 보는 기
분입니다.
반면에 이인희 작가는 초현실적인 회화 같은 작품을 사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화면이 너무 섬세해서 냉혹한 현실 같은데 유토
피아적인 세계도 담았다고 합니다.
‘정물들의 변종’은 12월 17일까지 전시됩니다. 찬바람이 부는 초
겨울,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예술 작품과 함께 따뜻한 감성을 채
우면 좋겠습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