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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정상화

대전MBC 2017. 11. 10. 15:59

대전MBC와의 인연은 30여 년 되는 듯하다. 국립한밭대학교가 대전공업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삼성동에 자리하고 있을 때, 요즈음 TV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 고 김광석 씨가 학교 축제기간에 초대되어 ‘일어나’를 열창했는데, 당시 대전MBC TV에 녹화방송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 학교방송국 책임교수로서 방송국장을 하면서 학생들과 방송관련 토론도 하고, 대전MBC 프로그램들을 주로 관심 있게 보곤 했다.


요즘도 관심을 갖고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가지 관심사 중에서 대한민국의 교육과 인성 관련 방송이 더 많이 방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하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늘날의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이 귀에 쟁쟁했으나, 최근엔 방송 등에서 거의 들어본 바가 없는 듯하다.


인문학의 훼손과 더불어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현장에서 교육의 본질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느낀다. 또한 교육부의 지나친 통제 속에서 자율성이 훼손되고, 타율이 자리하고 있다. 성과가 나와야 되고, 눈에 보이는 평가 등에만 급급해서 정해진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대학교수들은 성과급에 관련된 경우에만 주로 관심을 갖고 본질이 빠진 교육과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강의평가제도로 인하여 학생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대학도 점차적으로 면학분위기가 훼손되기는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총체적인 개혁 없이는 학생들의 교육이 제대로 행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최근의 물질주의, 결과 중심주의가 초래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해온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대표되는 정신과 물질에 관해서 본질과 현상으로 비유될 수 있다. 철학자 사이에서 여러 가지 관점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행복, 약속, 공감, 협력, 창의성, 혁신 등 매우 중요한 가치에 비해, 결과적으로 눈에 보이는 산물인 성과, 결과가 너무 강조되고 강요되는 시대에 그 상황에 맞추기 위한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무분별한 가치관으로 나아간 결과로 보인다.


교육은 일반적으로 지덕체로 언급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식 전달에 급급하고, 덕과 체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공자가 ‘덕 있는 사람과 만나라’고 하였듯이, 덕은 인성과 같이 가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인성이 측정되기 어렵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하지만, 인문학의 쇠퇴와 더불어 교육이 붕괴되고, 현대사회가 정신문화를 외면하는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본다.


동양의 유교나 불교의 정신문화가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짧은 기간의 급성장과 더불어 서양의 부실한 물질문화만이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경우들이 너무나 많다. TV뉴스 등에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최근 들어 많아져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인성은 세분화해서 보면, 인의예지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은 측은지심으로 남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아는 인성이다. 글로벌 마인드를 중요시하는 현대적 개념으로 보면, 공감이나 연민과 비유될 수 있는 개념이다. 의는 공정한 올바른 생각을 의미하고, 예는 예절 바른 것에 덧붙여서 양보할 줄 아는 마음으로 생각된다. 지는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능력으로 볼 수 있고, 신은 인간 사이의 믿음이라고 본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할지라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하고, 계도하는 것도 방송의 사명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출퇴근 시간에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를 해서 서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아무리 바빠도 정지선을 지키고, 양보하는 마음이었다면 교차로 통행이 잘 되고 결국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듯하다. 또한 약속이 잘 안 지켜지는 경우 서로 불신을 하게 되고, 에너지나 시간을 비생산적으로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처럼 믿음과 신용의 사회가 되어야 상호간에 쓸모없는 소모를 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사람을 판단할 때 인의예지신이 갖추어진 사람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시행착오 없는, 양보다는 질 좋은 인생, 껍데기보다는 알찬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상들이 이미 이루어놓은 좋은 정신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 될 것이고,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도 바뀌어야겠다. 그리고 방송 또한 시청자들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편성되면 좋겠다.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도와주는 ‘만나면 좋은 친구, MBC문화방송’이 되길 다시 한 번 희망해본다.


한밭대학교 도서관장, 영어영문학과 교수,


백두산문인협회 대전광역시 지회장


이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