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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명산 문화기행과 나의 여행일기

대전MBC 2017. 7. 28. 10:40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읽어야 할 많은 책들이 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을 가도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꼭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 과연 활자화된 책들 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고 있는 것과 같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이 명언처럼 눈을 조금만 크게 뜨고 바라보면 이 세상은 온갖 읽을거리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자연이 공동 집필한 이 세상의 명서들을 읽는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내 직업은 여행사 대표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일이 여행이고 또 여행이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세상에 가득하게 널려있는 세상이란 책갈피를 수없이 넘겨왔다. 여행은 나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했고 또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줬다.


잠시 화제를 돌려서 내 태몽 이야기를 해 보자면 꿩 한 마리가 어머니 방으로 날아왔는데 다리에 부상을 입었더란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빨강, 파랑 천 조각을 꿩 다리에 묶어 다시 날려 보냈더니 구름 속을 뚫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고 한다. 태몽에서부터 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 어머니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해외전문 여행사를 하면서 장가계, 곤명, 옥룡설산, 메리설산, 히말라야까지 온갖 해외 명산들을 둘러보는 행운을 누렸다. 물론 그 순간들을 함께했던 많은 고객들과의 추억 또한 내 가슴에 명문장으로 새겨져 있다. 세상을 살다가 여행이라는 특별한 경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들은 특별한 추억이 되어 가슴속에 남는다.


대전MBC와의 인연은 내게는 붉은 밑줄을 쳐 놓고 싶은 소중한 한 페이지다. 처음 인연은 대전MBC가 목동 사옥에 있던 시절이었고 나 또한 모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시절이다. 우리는 대양주, 중국, 유럽 해외문화탐방을 함께 기획하고 동행하면서 끈끈해진 인연이다. 1997년 서유럽 탐방을 끝으로 IMF를 맞아 해외문화탐방도 종영되었다. 그 후로는 대전MBC 직원들의 촬영 출장이나 연수 등을 계기로 간간이 인연을 이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여행사를 오픈했고 얼마 지난 즈음내 인생에도 폭풍이 몰려왔다. 그것은 바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위암 판정. 다행히 초기에 발견,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산에 오르던 그 시절, 대전MBC 여성명산 문화기행의 담당 부장님이 문화기행에 동참해 보면 어떠냐는 권유를해왔다.


나는 우연처럼 여성명산 안내자가 되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산행의 첫 페이지는 문화기행 접수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오르기 쉬운 산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끔 살짝 어려운 산이 있을 때가 있다. 여성명산 문화기행에는 나이 제한이 있는데, 그때마다 참가자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나는 나이는 먹었지만 산행하는 데 전혀 지장은 없어요.”라고 하는 회원도 있고, 또 때론 “그냥 슬쩍 받아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회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신랑도 없고 아이들도 자주 찾아오지 않아 산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회원도 있다. 그럴 땐 마음이 살짝 약해지기도 하지만 산행의 가장 최우선 조건은 안전이다. 그래서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다음 기회를 이용하라고 말씀드린다.


그런가하면 스타킹을 신고 산을 오르다 산행 중에 발을 삐끗해서 업고 내려온 회원, 또 산행 중에 숨이 차올라 못 걷겠다고 해서 함께 하산해 택시로 주차장에 보내드린 회원분도 있었다. 그 만큼 산행은 안전이 중요하다. 그래서 여성명산 문화기행을 접수할 때마다 잊지 않고 하는 말이 꼭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접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하게 된다.


많은 시간을 여성명산 문화기행과 함께한 중에서 칠연계곡 우중산행은 특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비의 양이 많지 않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산행을 진행한 날이었다. 살그머니 내린 빗방울들이 나뭇잎에 수정 구슬로 맺혀 햇빛을 반사하는 사이, 바로 옆에서는 빗물로 채워진 계곡물이 빗방울 음표에 맞춰 아름다운 자연의 음악을 선사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밥상 위에 회원님들께서 싸 가지고 온 정성스런 반찬을 펼쳐놓고 함께 우산을 받쳐주면서 빗물을 말아먹었던 기억은 지금도 배부른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슴에 담아가며, 먹으면서 정이 든다는 옛말처럼 회원분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


지금은 여성명산 문화기행이 내 삶의 1순위가 되어 있다. 물론해외 출장이 잦은 것이 내 직업의 특징이기 때문에 해외 출장과 문화기행 일정이 겹치지 않게 스케줄을 짤 때마다 더 특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생업을 밀치고 내 삶의 1순위가 된 여성 명산 문화기행은 회원분들과 함께 읽어가는 세상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가 되어 내 삶의 아름다운 동행이 되어 있다.


월드원여행사 대표 조용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