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을 통째로 옮긴 듯, 충남·대전·세종 <고향마실 페스티벌
“월척이다. 월척!”
어디에서 나온 소리일까요? 낚시라도 했냐고요? 맞습니다. 그것도 맨손으로 잡아 올린 낚시였죠. 도심의 뜨거운 복사열을 피해 시냇물, 계곡을 찾아 외곽으로 떠나 낚아 올린 소리가 아니라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울린 소리였습니다. 펄떡거리는 메기를 잡는 행사는 지난 주말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린 <고향마실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였습니다. 축제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맨손으로 메기를 잡아 그 자리에서 구워먹는 등 시원하고 즐거운 ‘농촌 나들이’를 했습니다.
올해 4회째 열린 고향마실 페스티벌
도시에서 농촌을 체험하는 고향마실 페스티벌은 2014년 대전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2회는 세종시에서, 3회는 작년 가을 아산에서 열렸고, 한 바퀴 돌아 다시 대전으로 왔습니다. 더운 여름이긴 하지만 대전무역전시관이라는 넓고 시원한 공간이 있어서 참가자들은 마치 농촌마을 나무 그늘로 피서를 온 듯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를 필요도 없었습니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실비로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으니 마음까지도 가볍고 시원했는데, 충남·대전·세종 지역에서 유익한 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촌마을이 모두 짐을 싸 옮겨온 것 같았습니다. 프로그램에 보니 모두 57개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이번 고향마실 페스티벌은 특히 ‘7월에 만나는 농촌체험 어린이날’이란 주제로 열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한층 더 신나는 체험시간이었습니다.
생생한 농촌 체험과 생기 가득한 자유의 날개
맨손으로 메기를 잡는 프로그램은 야외에 있었습니다. 농촌마을 체험을 하고 스티커를 받아야 메기잡기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메기잡기 참가자 줄이 길어졌습니다. 시간 제한을 두고 1인당 2마리까지 잡을수 있다고 하는데 어른, 아이를 망라한 참가자들 중 눈길을 끈 것은 청소년 여학생이었습니다. 예민한 사춘기에 물에서 철벅거리며 옷을 적시고, 게다가 맨손으로 메기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신나게 참여하는 모습에 관람자도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생생한 체험과 함께 사춘기의 고민도 날려버릴 것 같았습니다.
정오가 다되어서 시작된 개막식에는 시장, 도지사, 교육감, 대전MBC 사장 등이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어린이들과 함께 나비를 날리는 퍼포먼스도 했습니다. 통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찾은 나비가 갑천 주변의 꽃과 함께 새 환경에 적응하여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노! 만들고, 놀고, 먹고, 나누고!
체험 프로그램은 4가지 주제, ‘만들고, 놀고, 먹고, 나누고’로 구성되었습니다. 누구나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모두 100개는 훌쩍 넘는 것 같아 모두 체험하려면 이틀의 행사로는 시간이 부족해보였습니다. 대나무물총, 한복액자, 허수아비 등 뚝딱뚝딱 목공체험, 실을꼰 팔찌, 짚풀 계란꾸러미, 향기비누, 바다향초, 주먹만 한 호박인형 등 만들기 프로그램과, 영양 흙이 담긴 커다란 통속에서감자, 당근 등 로컬푸드 찾기, 편백 조각 속에서 헤엄치기, 토끼, 강아지와 놀기, 사슴벌레 관찰하기, 미꾸라지 잡기, 디딜방아찧기, 꼬마열차 타기, 모래그림 그리기, 오락실 체험까지 어린이들은 말 그대로 신나는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즉석 아이스크림, 연잎밥 만들어 먹기, 떡메 쳐서 인절미 만들기, 시골도시락 체험, 옥수수 따서 쪄먹기 등 먹는 체험과 솜사탕 나누기, 상추모종 심기, 무료 페이스페인팅, 그리고 휴대폰 사진을 무료 인화 체험 등도 하며 어른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장의 기억을 더듬으며 내용을 읊다보니 재미있던 시간이 벌써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젠 곳곳이 도시화하여 예전처럼 ‘시골할머니댁’ 같은 것은 거의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농촌 체험을 통해 생명을 키워내는 농촌의 의미를 가깝게 느끼는 교육 효과를 함께 나누길 추천합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