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진실은 아니다
사실이 진실은 아니다
가끔 강연 청탁을 받아 강연을 갈 때가 있습니다. 일반인 대상도 있지만 주로 대학생들이 많습니다. 약 30년간의 직업 인생 동안 중동 취재를 많이 했기에 중동 관련 요청도 고, 언론 전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강연을 나갈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설명을 하기 위해 다음의 사진을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강연 때는 사진 1, 2,
3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설명이 효율적입니다만, 글로 쓰면
한번에 사진을 보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쉽게 짐작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사진1을 보면 죽어가는 것 같은 사람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방이라도 사살을 할 것만 같은 살벌한 장면에서 전쟁의 비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사진2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죽음을 앞둔 것 같은 적국의 병사를 발견해서 입에 물을 넣어주는 모습입니다. 적군이지만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 한 생명이라도 구하려 하는 모습에서 인간애를 느낍니다.
그런데, 사진1도 사진2도 진실이 아닙니다. 사진 1과 사진2는 사진3을 두 부분으로 분리한 것입니다. 사진1을 따로 떼어내서 사용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포로로 잡힌 나라의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든 적개심을 극대화해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는 적국에 대해 최대한 보복전을 펼칠 수 있도록 도구로 활용할 것입니다. 사진2는 어떨까요? 죽어가는 적국의 병사에게 물을 주어 살리려고 하는 인도주의적 군인은 국제 여론을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에게 호의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전쟁 중이라면 세계 여론은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인도주의 정신을 발휘한 것에 주목하면서 그들의 나라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낼 것입니다. 사진 한 장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사실(fact)이라는
주장에 흥분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진실(truth)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무엇일까요? 사진1과 2는 분명 사실(fact)이지만 진실(truth)은 아닙니다. 흔히 사람들은 사실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진1에서 얼룩무늬 군인은 분명 포로로 잡힌 적국의 병사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진2에서는 죽어가는 적국의 군인에게 인도주의적으로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그림은 사진3입니다. 사진3을 보면 적국 군인에게 물을 주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사진3이 진실이라고 100퍼센트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진3을 두 부분으로 쪼갤 수 있듯이 사진3의 바깥에서는 어떤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목격하고 있지만 사진까지 조작하는 일도충분히 가능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fact)이라는 주장에 흥분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진실(truth)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앞의 사진에서도 보았듯이 사실은 선동에 쉽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은 수많은 경험에 의해 생긴 말입니다. 사실과 사실이 모두 합쳐져서 진실에 가까운 그림으로 맞춰지면 그때 우리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더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결정은 더 큰 힘을 낼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은 희망을 가진 학생들에게 반드시 반대 논조를 가진 신문 두 가지를 골라서 읽으라고 추천하는 것도 사실에 속지 말고 진실을 보라는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사실은 사실일 뿐, 진실이 아닐 수 있고 보이는 것이 다(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보여줍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