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창

영원한 갑은 없다

대전MBC 2017. 6. 30. 10:53

영원한 갑은 없다

최근에 우리는 두 개의 사건을 접했습니다. 이른바 ‘갑질’ 사건이었습니다. 000두마리치킨의 60대 회장이 20대 여성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시민들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문제의 A회장은 사원을 ‘격려’하기 위해 호텔에서 함께 식사와 술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 해명은 사람들의 분노 지수만 높일 뿐이었습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A회장 사건을 검찰로 보냈습니다. 들끓는 여론 앞에서 그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결국 사건은 피해 여성에게 3억 원을 주고 합의를 보면서 마무리되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습니다.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재산 피해를 본 것은 3억 원에 불과합니다. 피해를 떠안은 것은 가맹점들이었습니다. 000두마리치킨은 창업 17년인 지난해 1,000호점을 열고 사세 확장을 선언했으며 일본에까지 진출해 ‘한국 치킨’의 영역을 해외로까지 넓혔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장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곳곳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가맹점들의 매출이 최고 40퍼센트까지 급감했다는 것입니다. 회장이 합의금으로 지출한 3억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천 개가 넘는 가맹점들은 그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지요.


‘회장님’의 갑질 사건은 한 건 더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피자 업체였습니다. 000피자의 B회장은 ‘치즈 통행세’를 부과한 갑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당국의 조사가 끝나면 더 정확한 내용이 나오겠지만 ‘치즈 통행세’는 대충 이런 겁니다. 가맹점들에게 피자의 주재료 가운데 하나인 치즈를 구입하는 자유를 주지 않고 본사에서 정해주는 업체에서 구입하라고 강제한 것입니다. 질 좋은 피자를 구입해서 피자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이유는 석연치 않았습니다. 본사가 정해주는 치즈 판매 업체는 B회장의 친인척이 경영하는 업체였고 가격도 시중가격보다 훨씬 비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시중가격 7만 원 정도의 치즈를 B회장 친인척 회사는 9만 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를 했다고 하니 가맹점들이 느꼈을 좌절감을 이해할만 합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피자 불매운동이 일자 B회장은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했습니다. 그래도 분노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B회장 역시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후회는 늦습니다. 그래서 개구리는
언제나 올챙이 시절을 기억해야 합니다"

 

치킨 업체와 피자 업체 오너 경영자들의 갑질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영원한 갑은 없다’는 것입니다. 옛말에도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있지만 갑질 사건을 보면 상당수가 한두 번 갑질이 아니라는 겁니다. B회장의 경우에도 경비원 폭행사건, 자서전 강매사건 등 크고 작은 ‘전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한두 번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죄를 지은 사든람도 초범은 가볍게 봐주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관행입니다. 그런데, 한두 번 넘어간다고 갑질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망신만 당하는가요? A회장은 치킨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지만 그 이름은 이제 부끄러운 이름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닭 팔아 건물을 산 인물’이란 별명을 가진 그는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됐고 가치경영 부문에서 한국을 빛낸 경영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딸 같은’ 여직원을 성추행하면서 그 모든 명예가 추락했습니다. B회장 역시 자신의 갑질로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었습니다. 한국에서 피자집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사세가 강했으나 그의 갑질로 회사는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 사람은 겸손해집니다. 겸손을 바탕으로 사업도 일으키고 돈도 법니다. 회사가 좀 된다 싶으면 목에 힘이 들어가고 ‘갑질’ 근성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돈에 절을 하니까, 자기가 잘난 줄 압니다. 대충 살아도 문제없이 지나갈 줄 압니다. 한 번, 두 번, 어쩌면 세 번도 넘어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갑질은 언젠가는 잡힙니다. 그리고 호되게 당합니다. 후회는 늦습니다. 그래서 개구리는 언제나 올챙이 시절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