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명산기행과 함께한 19년
1999년도 11월 어느 날, 대전MBC에서 여성명산기행 산행지 홍성 용봉산으로 280명(버스 7대)이 가는 행사에, 전 산대장의 갑작스러운 유고가 있어 제가 다니던 산악회(로데오산악회)로 산행 행사의 인솔 및 안내를 해달라는 부탁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산악회 회원 3명이 함께 동참하게 된 것이 대전MBC 여성명산문화기행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습니다. 산행 안내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당시 명산 담당인 이동휘 부장께서 대전MBC 명산기행 산대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많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노라 한 것이 인연이 되어 19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덧 제 인생의 3분의 1을 명산기행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와 함께 한 3만 5,000여 명이 전국의 130개의 명산 산행을 같이 하면서 아무런 큰 사고 없이 안전 산행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하면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국내 산행을 하면서 특히 기억으로 남는 것은 남해 금산(보리암)을 갔던 때의 일입니다. 하산을 하여 점심식사를 끝내고 인원을 점검하던 중 1명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찾아 봐도 안보여 다시 보리암에 올라가보니 조치원에서 참가한 한 분이 기도를 하고 계시기에 재촉하여 버스에 올라보니 출발 예정시간보다 약 2시간 늦게 출발한 적이 기억에 남네요. 기도 삼매경에 빠진 분을 뭐라고 할 수만도 없고, 또 한편으로는 기다리고 계시는 수많은 분들의 원성을 받아내면서 행사를 마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특히나 부탁드리고싶은 건 여성명산문화기행을 마음껏 즐겨 주시되, 한정된 시간과 룰을 지켜 주십사 하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누군가의 특별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시간일 수 있으니까요.
국외 산행지로는 중국 태항산으로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특히나 고생했던 기억인데요. 아침 5시에 기상하여 빵 한 조각을 조식으로 대체하고 열차를타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차량이 한꺼번에 밀려 열차에 승차하지 못하고 다음 기차역으로 가던 중이었는데요. 기사가 지리를 잘 몰라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여 저녁 늦게까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배고픔은 물론 관광(태항산 트레킹)도 하지 못하고, 다음날 3시까지 버스만 타고 약 21시간을 이동해 숙소에 도착한 다음 고객분들을 달랜 기억이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가장 생생히 남는 일었습니다. 다시 가라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겠지만, 다시 한 번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행지로 삼고 싶은 욕심은 납니다.
19년 동안 산행 안내를 하면서 여성분들의 성향과 특성을 잘 몰라 시행착오를 겪은 적도 있었지만, 산행횟수가 늘어가면서 여성 특유의 개성을 파악하고 성향을 맞춰 산행지를 정한 것이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현재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산기행을 진행하면서 보람이 있었다면, 130개의 산행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결석도 없이 저의 건강이 버텨주었고, 주변에 큰 탈 없이 안내를 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회사에서의 정년도 불과 1년 6개월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건강관리를 잘해 좋게 마무리 짓는 첫 번째 바람이 있습니다.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자연과 함께하는 것에는 정년이 없듯이 나의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대전MBC 여성명산문화기행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좋은 산행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내서 대전MBC 여성명산문화기행 참가자분들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은 그런 제 바람 속에 항상 갖고 있는 제 의무이자 보람이 될 것입니다.
대전MBC 여성명산문화기행 김광배 산대장